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들이 ‘공정성’보다는 ‘자율’을 선택했다. 전국 25개 로스쿨들의 협의체인 로스쿨협의회는 13일 전북대에서 제36차 총회를 열고 ‘입시 공정성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면접관이 학생의 신상정보를 알 수 없도록 ‘블라인드’ 면접 도입, 자기소개서 등에 집안 배경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등은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자교(自校) 출신’에 특혜를 주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우선선발’ 제도도 폐지키로 했다. 하지만 로스쿨 입시에서 교수들의 권한을 줄이고 객관화된 점수의 반영 비율을 높이기로 했던 당초 방침을 철회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면죄부’, 로스쿨은 ‘반쪽 개혁’=로스쿨협의회의 대책은 일종의 자구책 성격이 짙다. 교육부의 로스쿨 입시 전수조사 결과 대법관, 검사장,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자녀에 대한 특혜 입학 파문으로 ‘로스쿨 폐지론’까지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로스쿨들은 “정량평가(객관화된 점수)와 정성평가(평가자 주관을 점수화)의 균형을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법학적성시험(LEET)·학부성적·어학점수 등 정량평가 비중을 높여 공정성을 확보하기로 했던 교육부 방침과 배치된다. 교육부는 지난 2일 로스쿨 입시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서 로스쿨의 불공정 입시 의혹에 ‘면죄부’를 주는 대신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교육부의 주문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폐지가 유력했던 기본점수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는 분위기다. 현재 로스쿨 입시에서 정량평가 비중은 명목상으로 평균 65% 내외 수준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비중은 이보다 훨씬 낮다. 로스쿨들이 정량평가에 기본 점수를 부여해 실질 반영 비율을 낮춰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학 성적이 100점이라면 기본 점수를 90점 이상 주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정량평가에서 변별력을 낮추고, 면접을 통해 합격·불합격을 결정해 왔다.
◇로스쿨 입시, 공정해질까=정성평가 비중을 유지한다는 의미는 로스쿨 교수들의 재량권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현재 25곳 로스쿨에 재직하는 교수들은 로스쿨 도입 당시 영입된 판·검사 등 전관 법조인, 로스쿨 전환 전 법학과에서 이론을 가르쳤던 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로스쿨 불공정 입시는 주로 법조 인맥을 매개로 청탁이 이뤄져 왔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때문에 공정성 의혹을 해소하려면 교수 재량권 축소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로스쿨들은 “투명성을 강화하면 정성평가 비중을 자율에 맡기더라도 공정한 입학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로스쿨들이 밝힌 투명성 강화 방안을 보면 정량평가의 실질 반영률과 환산방법, 정성평가의 평가기준 등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입학생의 학부, 전공, 평균 점수 등도 공개된다. 다만 공개 방식이나 범위 등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입시 청탁’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예를 들어 로스쿨 교수 자녀의 경우 블라인드 면접이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로스쿨 교수인 부모가 면접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공정한 평가를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교수끼리 서로 자녀의 입학을 부탁하는 ‘학생 품앗이’ 행태가 비일비재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로스쿨 자율 강조 '셀프개혁' 실효성 의문
입력 2016-05-14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