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정치도 詩的으로 했으면…” “유재석과 비슷하게 생기셨다”

입력 2016-05-13 21:24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는 13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88분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이 두 야당의 입장과 질문을 먼저 듣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회동은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농담과 덕담을 건네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했지만 민감한 사안에선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2野 “할 얘기 다 했다”…박 대통령, 메모하며 답변=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짧게 한 뒤 “오늘은 듣는 자리”라며 야당에 발언권을 넘겼다. 노동개혁 법안 등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는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야당의 질문을 꼼꼼하게 메모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대통령과 각 당 원내지도부가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나눴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할 말은 충분히 다 했다”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대통령도 말씀하셨는데, 앞으로 정례회동을 통해서 계속 주문할 일은 주문하겠다”고 했다. 협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엔 “대통령이 책상을 치면서 말씀하시진 않았다”면서 웃어넘겼다. 박 대통령이 총선 이후 변화됐느냐는 데 대해선 “그 전엔 만나 뵌 적이 없어서…”라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먼저 질문 내용을 담은 A4용지 2장을 박 대통령에게 전한 뒤 발언을 시작했다. 박 원내대표는 “주로 야당인 우상호 원내대표와 내가 얘기를 많이 했다”며 “할 얘기를 다 했다”고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민주화운동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문제와 관련, “선물을 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는 않았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발제가 안 된 것 같다. 깜빡했다”고 했다.

◇농담과 덕담 오가며 화기애애했던 초반 분위기=회동은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4·13총선 의석수대로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순으로 악수를 했다. 농담을 섞어가며 덕담을 건넸다. 박 대통령은 우 원내대표에게 “등단 시인이라고 얘기 들었다. 정치도 시적으로 하시면 잘 풀리지 않을까 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우 원내대표는 “(정치를) 잘하진 못하는데, 정직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정 원내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이 참 고되고 힘든 자리”라면서도 “팔씨름이 왕이시고 무술 유단자여서 어려움이 있어도 잘 버텨내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3번째 원내대표를 맡은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에게는 “정책을 풀어가는 데 달인같이 잘 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삼수했습니다”고 해 참석자들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 대통령이 더민주 변재일 정책위의장에게 “애창곡이 ‘갈무리’라고 들었다”고 하자 그는 “(정책) 갈무리를 잘하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에겐 “(방송인) 유재석씨와 비슷하게 생기셨나요?”라며 농담을 건넨 뒤 “유재석씨가 진행을 매끄럽게 잘하고 인기도 좋은데 정책을 풀어가는 것도 매끄럽게 잘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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