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향후 여야 3당 대표와의 회동을 분기당 한 차례 정례화하기로 하면서 20대 국회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본격적인 협력과 소통이 이뤄질 토대가 마련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소통 관련 건의에 대해 “분기에 한 번씩 당대표와 정례회동을 하겠다. 필요하면 더 자주 할 수도 있다”며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나타냈다. 16년 만에 재현된 여소야대 및 3당 체제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효율적인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 셈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소통하지 않는 걸로 제가 제일 많이 (박 대통령을) 비난했다고 했더니 웃으시며 국회와 협력하고 민의를 존중하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반대하고 대통령의 국정수행 발목잡기는 하지 않겠다고 했고, 대통령에게도 야당을 동반자로 인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회동 내용을 소개했다.
이번 회동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3당 정책위의장 간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를 조속히 개최하기로 함에 따라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사실상의 ‘여야정 협의체’도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이른바 협치(協治)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변화를 일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야당도 이를 환영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민생정책 우선순의를 논의하고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곡으로 지정하거나 최소한 행사 식순에 넣어 달라는 야당 건의에 대해 “국론 분열이 생지지 않도록 좋은 방안을 찾을 것을 지시하겠다”고 했다. 주무부처인 국가보훈처는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청와대 공식 지시가 오는 대로 관련 대책을 만들어 16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 부분은 성과가 있었다. 야당의 거듭된 주문에 답하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해선 “가습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법적 책임에 대해선 현재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엄중 수사하고 있다”며 진실규명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야당은 이 사건을 ‘안방 세월호’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왔다.
회동에선 안보상황과 관련, 여야 3당과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도록 하자는 논의도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북핵 등 안보위기와 관련해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이 국제사회 제재에도 불구하고 계속돼 엄중한 상황이다. 북한 핵 문제가 잘 해결돼야 한다”며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또 야당이 이른바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해 국민적 허탈감과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철저히 수사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 대해 “이렇게 진전된 안이 나올 것으로는 예상을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과 3당 대표와의 첫 회동 시기에 대해선 “3당의 사정이 각각 다르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꿸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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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野’ 인정… 朴 대통령 스타일 달라졌다
입력 2016-05-1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