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뒤로 숨지 않겠다”… 2박3일 의미있는 광주 방문

입력 2016-05-13 21:21

더불어민주당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13일 전남대 강연에서 “뒤로 숨지 않겠다”며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2박3일 일정을 소화하면서 사실상 대선 전초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 시장은 전남대 용지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박근혜 정부를 강력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역사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협상, 어버이연합 여론조작 의혹, 개성공단 폐쇄,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열거하며 “4·13총선은 반란이 아니라 차라리 혁명”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은 박근혜정부와 여당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침몰해가는 대한민국호의 균형수가 되어 줬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과거 박정희정부에서 했던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따라하는 수동적 흉내 내기로는 안 된다”며 “현 정부가 하는 창조경제의 핵심 정책인 1사 1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안타깝게도 창조도 없고, 혁신도 없다”고 했다.

박 시장이 광주에서 정부·여당에 날을 세우자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가 다음해 5월로 예정된 자신의 임기 내에 대선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공언한 만큼 발걸음이 빨라졌다는 평가다.

박 시장은 “이번 광주 방문은 많은 분들로부터 듣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각계 광주 인사들을 뵙고 듣는 일정으로 빼곡히 차 있다”고 했다. 단순히 서울시장 자격으로 광주를 방문했다기보다 호남 민심 행보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그는 “개성공단마저도 원점으로 되돌려버린 정부의 남북정책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이런 때일수록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인식을 가지고 남북문제에 접근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혜가 아쉽다”고 했다.

박 시장도 자신의 발언 수위를 의식한 듯 한 참석자가 대선 후보로서 교육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대선 후보로서 말한다면 신문에 난리가 날 것”이라며 대답을 피해갔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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