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숨투자자문 이사 명함을 든 법조브로커 이모(44)씨가 서울 서초동 최유정법률사무소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9월쯤이었다. 최유정(46·여·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이숨투자자문 송창수(40) 대표의 인베스트 사기사건 항소심을 대리하던 때였다. 1심은 징역 4년형이었는데, 최 변호사는 사건 수임 다음 달에 항소심 집행유예를 얻어냈다.
이씨는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 수사로 잠적하기 전까지 최 변호사의 법률사무소에 방을 얻어 출근했다. 같은 방에는 사무장 권모씨가 있었다. 이씨를 ‘이숨투자자문에서 온 사람’으로 여기던 직원들도 이내 그와 최 변호사 사이의 친분이 두터움을 감지했다. 다른 직원들과 달리 이씨는 최 변호사와 자동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송씨는 최 변호사를 숫제 ‘형수님’이라고 불렀다. 평소 직원들과 회식도 하지 않고, 근무시간 이후엔 연락도 주고받지 않는 최 변호사였다.
법조비리 사태를 부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최 변호사 거액 선임은 비밀스럽게 이뤄졌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의 변론 과정에서 법원에 다녀오는 일이나 의견서 작성 따위의 업무를 스스로 했다. 정 대표 보석신청이 기각됐을 때 “50억원을 받았다”는 말이 사무실에 돌았는데, 정작 직원들은 “5억원을 잘못 들었겠지”라고 생각했다.
정 대표로부터 50억원, 송 대표로부터 50억원 등 100억원대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를 받는 최 변호사는 13일 구속됐다.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지만 “석방을 조건으로 거액을 받았다”는 등의 의혹을 모두 부인하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 조사 과정에서는 “이숨투자자문으로부터 50억원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구속된 그는 변호인을 통해 이날 오후 2쪽 분량의 짤막한 소명자료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제출했다. 앞서 정 대표 측은 “보석에 실패했는데도 최 변호사가 20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정을 서울변회에 신청했다.
최유정법률사무소 구성원들은 최근 검찰에 출석해 이씨의 행적 등을 진술했다. 이씨는 최 변호사를 대신해 정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뒤 잠적 직전까지 사무장 권씨를 사칭해 언론 대응 업무를 했다. 최 변호사 측은 잠적한 이씨가 어서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 최 변호사 측은 “사실혼 관계라는 것도 이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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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