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당내 일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12일(현지시간) 단독회동을 가진 뒤 ‘당의 단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회동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어쩌면 공식 결별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공동성명 발표라는 의외의 결과를 도출했다. 아울러 대선 경선에 뛰었다가 중도 포기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전날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보다는 우리 당의 트럼프를 지지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공식적인 대선 주자 자리로 바짝 다가선 양상이다.
◇“공통의 가치도 토론해”=트럼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45분간 워싱턴DC 공화당 전국위원회 본부에서 라이언 의장과 회동을 가졌다. 라이언 의장은 회동 뒤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 다른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눴을 뿐 아니라 공통의 핵심 가치에 대해 토론한 것이 중요했다”고 긍정평가했다. 트럼프도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회동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라이언 의장과 트럼프는 11월 8일 대선과 동시에 치르는 주지사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내세울 공약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 모임을 갖기로 합의했다.
라이언 의장은 회동에서 트럼프에게 쓴소리도 했다. 라이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는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공화당 노선과 상충되며 히스패닉을 자극하는 발언이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트럼프는 당의 단합을 위해 자신이 인내하겠다고 답했다. 대신 트럼프는 당이 갖고 있는 유권자 정보와 선거전략가들을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일절 선거자금 모금을 하지 않고 자신의 돈으로 캠프를 운영했으나 본선을 앞두고 선거자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다. 당의 지원이 절실한 대목이다. 당장 이달 말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액기부자 50명을 모아 10억 달러(약 1조1670억원)를 걷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를 공식 지지하지는 않았다. 라이언은 “이날 만남으로 고무됐다(encouraged)”라고만 표현했다. 여전히 트럼프 지지를 위한 장애가 남아 있다는 의미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두 사람이 어색한 춤(awkward dance)을 췄다”고 평가했다.
◇의원들도 지지 의사=트럼프는 라이언 의장과의 회동을 마친 뒤 공화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을 잇따라 만났다. 의원들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 꺼렸으나 트럼프를 비판하는 얘기도 많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과 소수계 유권자 사이에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일련의 만남이 끝난 뒤 하원 원내대표 스티브 스탤리스와 상원 원내총무 미치 매코널 의원 등 당내 지도부는 대체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명확히 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관련기사 보기]
☞
☞
☞
☞
트럼프·라이언 ‘갈등’ 살짝 봉합… “어색한 춤을 췄다”
입력 2016-05-1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