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중심가 JR이케부쿠로역. 이곳 서쪽 출구 방향의 상가 7층에는 지난해 11월부터 독특한 숙박시설이 자리했다. ‘묵을 수 있는 서점’을 슬로건으로 내건 ‘북 앤드 베드(Book & Bed) 도쿄’다.
이곳은 미국 CNN방송도 ‘재밌는 장소’라며 소개한 바 있는 도쿄의 새 명물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간 대부분을 채운 거대한 책장인 ‘북쉘터’가 눈에 띈다. 만화·철학책·사진집·소설 등 장르를 망라한 1700여권이 꽂힌 책장이다. 속에는 책을 읽다 잘 수 있도록 이불과 베개가 놓인 공간이 있다. 개인용 공간 이외 벽면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누울 수 있는 침대도 설치돼 있다.
일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곳은 13일 현재 한 달 치 예약이 밀려 있다. 숙박료는 하룻밤에 3780엔(약 4만6000원)으로 일반 호텔보다 훨씬 저렴하다. 공동 숙소의 형태로 한번에 약 30명이 묵을 수 있다. 1500엔(약 1만6000원)이면 낮에도 들러 책을 읽다 낮잠을 자고 갈 수도 있다. 고객은 대부분 20, 30대다.
일본에서는 최근 이 같은 이색 숙박업소가 부쩍 늘었다. 나가노현에는 널찍하고 천장이 높은 시골의 발효실을 개조한 ‘된장 창고 숙소’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도쿄 도심에서는 바와 숙소를 결합해 술을 마시다 잠을 청할 수 있는 호텔이 유명세를 탔다.
‘이색 숙소’가 늘어난 데는 젊은 세대의 소비패턴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JTB종합연구소의 하야노 요코 선임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20대를 중심으로 상품을 ‘사는’ 것에서 ‘체험’ 위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숙박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새로운 잠자리가 속속 생기고 있는 이유다.
일본 관광국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2월에만 189만명에 이르렀다. 역대 2월 통계 중 최고치다. 니혼게이자이는 2014년 기준으로 호텔이 10년 전보다 12% 늘어나 9900곳이 더 생겼으며, 간이 숙소는 약 17%인 2만6300곳이 늘었다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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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가 스르르 잠들라!… 일본 ‘묵을 수 있는 서점’ 큰 인기
입력 2016-05-1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