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흔히 열병이라고 한다. 착하던 아이들이 감정적이고 충동적이 될 뿐만 아니라 반항을 일삼는다. 흔히 ‘중2병’이라고 불리는 증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의 부정적인 시각이 개입돼 있는 것은 아닐까.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2011년 출범 이후 청소년을 훈육의 대상이 아닌 자율적 행동의 주체로 접근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미취학 또는 저학년 어린이 대상의 아동극만 넘쳐날 뿐 청소년극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의미 있는 성과이다. 사회가 방치했던 두 소년의 우발적인 장난이 엄청난 범죄로 이어진 문제를 다룬 ‘소년이 그랬다’를 시작으로 매년 선보이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고 있다.
국립극단은 2013년부터는 청소년극 축제인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를 통해 청소년극의 연극적 의미와 사회적 역할을 환기시키고 있다. 올해는 신작 연극 ‘고등어’와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19∼29일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되는 ‘고등어’는 15세 여중생 지호와 경주의 우정과 성장통을 담았다. 연극배우인 배소현의 희곡작가 데뷔작으로 중학교 시절 경험담을 토대로 썼다. 지난해 국립극단의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창작희곡 낭독 쇼케이스’에서 여중생의 감수성을 기발하게 표현해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동화 속 소녀의 이미지는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현실의 여중생 지호와 경주의 모습은 그물에서 막 건져낸 고등어와 닮아 있다. 답답한 집과 학교에서 자신의 삶과 사투하는 모습이 고등어처럼 격렬하게 펄떡이기 때문이다. 연출가 이지은 등 제작진은 경기도 성남의 여자중학교를 매주 방문해 학생들과 작품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그 결과를 반영했다.
어린이청소년극을 주로 연출해온 이래은은 이번에 연극적 상상력을 놀이와 결합한 공연을 만들 예정이다. 대사 외에 오브제, 사운드, 움직임을 통해 시청각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다.
6월 9∼19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선 류장현이 안무한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가 공연된다. 인생에 대한 절망과 폭력적인 세계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는 청소년들의 ‘생의 본능’을 그렸다. 류장현은 삶에 대한 절박함과 동시에 그 절박함이 있어야 무자비한 세상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다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재기발랄한 대응책을 제시한다. 배우가 댄서가 되고 댄서가 배우가 되는 흥미로운 무대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고등어처럼 펄떡이며 현실과 싸우는 소녀들
입력 2016-05-15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