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관비리 한 축인 ‘현직’도 철저히 조사하라

입력 2016-05-13 17:39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둘러싼 법조 비리 수사가 ‘갈림길’에 다가섰다. 사건의 핵심은 법원과 검찰 고위직을 지낸 변호사들이 영향력을 이용해 수사와 재판을 주물렀다는 의혹이다. 전관(前官) 변호사는 그들을 예우하는 현직 판·검사가 있기에 존재한다. 전관비리의 한 축일 수밖에 없는 ‘현직’에까지 수사가 나아가느냐, 민간인인 변호사 선에서 멈추느냐의 분기점을 향해 이 사건은 달려가고 있다.

정 대표가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에게 도박사건 변호 대가로 최소 6억원을 줬다는 진술이 나왔다. 홍 변호사가 “수임료는 1억5000만원이며 성실하게 소득신고를 했다”고 말해온 것과 배치된다. 신고하지 않은 거액 수임료가 확인될 경우 1차적 혐의는 탈세지만, 무슨 명목의 돈인지 따져봐야 한다. 의뢰인이 그런 거액을 줄 때는 일상적 변론을 넘어 수사라인에 대한 영향력을 기대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정 대표가 무혐의 처분을 받을 때의 수사라인을 조사하지 않고 전관의 힘이 행사됐는지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수임료를 받는 과정은 검은돈을 주고받는 이들의 행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정 대표의 여동생이 최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 1억원 수표 30장을 건네자 ‘30억원 받았다’는 수령증을 포스트잇에 써서 줬다고 한다. 그가 정 대표 사건과 이숨투자자문 사건에서 학연·지연을 통해 담당 판·검사를 접촉한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그 과정에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추거나 재판이 서둘러 끝나는 석연찮은 상황이 벌어졌다. 역시 현직 수사가 불가피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우려해 벌써 특검 도입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간의 전관예우 근절책이 다 실패했음을 보여줬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행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이 척결의 기회일 수 있다. 검찰은 살을 도려낸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