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제3의 길’ 여권發 정계개편 불 붙이나

입력 2016-05-14 04:05
정의화 국회의장의 향후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임기를 마친 뒤에도 서울 여의도에 남겠다는 뜻을 밝혀 향후 여권발(發) 정계 개편에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사진은 정 의장이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대 국회 초선의원 연찬회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오는 29일로 임기를 마치는 정의화 국의의장이 계속 여의도에 남는다. 국회 앞에 정치연구소를 개설, ‘집권 후 무엇을 할지’에 대한 연구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거수기 의장’을 거부하며 친정인 새누리당과 각을 세웠던 정 의장의 이 같은 행보는 당 밖 중도 인사와 연대를 모색하는 비박(비박근혜)계 움직임과 맞물려 여권발(發) 정계개편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정 의장 측은 13일 “정치연구소 사무실로 마포를 포함한 여러 곳을 물색했지만 입지 등을 고려했을 때 여의도가 가장 좋다고 판단돼 국회 바로 앞 건물로 지난달에 계약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이달 말 설립하는 정치연구소 ‘새한국의 비전’(가칭)은 집권 이후를 관통할 시대정신과 외교·통일, 경제, 복지, 노동, 교육 분야의 중장기 어젠다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 의장의 측근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실무를 총괄할 예정이며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병준 국민대 교수, 정대철 전 의원 등 10여명도 고문으로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하고 싶어 하는데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준비는 부족한 것을 많이 봤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나라를 잘 이끌어 가달라는 뜻에서 국회의장의 한 사람으로 그분들에게 보은하려는 싱크탱크”라고 연구소 성격을 설명했다. 그는 ‘대권 출마 선언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하하하” 웃으며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또 “6∼8월 석 달 동안 더 구상을 해야 된다. 정치적인 의미를 두지 말아 달라”고도 했다.

다만 측근들은 “중도부터 진보까지를 아우르는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집단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해 ‘제3 정치결사체’로의 발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정 의장은 지난 1일 의장 공관으로 이번 총선 당선·낙선인 20명가량을 불러 만찬을 함께하며 새로운 보수 가치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싱크탱크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에는 정병국 주호영 홍문표 조해진 정희수 김희정 의원과 임태희 진수희 정태근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부분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된다.

정 의장은 이날 새누리당 복당 여부를 묻자 “내가 아직 화가 안 풀렸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새누리당 공천 과정을 ‘악랄한 사천’이라고 비판하며 “사당화된 새누리당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정 의장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정책 과제를 선정해 연구하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새누리당과 거리를 둔 채 보수·진보를 아우르며 인사 영입을 통해 세를 규합하는 등 정치적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또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비박계와 국민의당 등과의 연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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