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모들은 자녀의 결혼비용으로 평균 1억2500만원가량을 지출하고, 이는 노후자금의 55%에 해당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전국의 성인 자녀세대와 부모세대 1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자녀가 모두 결혼한 부모의 75%는 자녀 결혼자금 지원으로 ‘노후 생활에 무리가 간다’고 응답했다. 재직 중에는 자녀 교육비로 허리를 못 펴다가 은퇴 전후로는 자녀 결혼자금 탓에 노후 대비에 결정적 차질을 빚는 것이다.
자녀 1인당 평균 지원금액은 아들이 9400만원, 딸은 4200만원으로 아들에게 2배 이상의 결혼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신혼집은 신랑, 혼수는 신부가 장만해야 한다’는 관념 때문에 부모가 아들의 주택자금을 어떻게든 지원하려고 하는 세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부모의 결혼비용 지원에 대해 자녀 세대는 28%만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부모는 56%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자녀들로부터 노후생활비 지원을 바랄 수 없게 됐다. 선진국 가운데 자녀가 부모 생활비를 도와주는 나라는 없다. 부모가 교육과정을 마친 자녀를 계속 뒷바라지하는 경우도 드물다. 서구에서는 심지어 대학교 학자금도 도와주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선진국 부모라고 해서 자식사랑이 우리나라보다 덜하다고 볼 수 없다. 그들은 다 큰 자녀에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이 자녀의 장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이나 분신으로 여기는 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부모세대는 남의 눈을 의식하거나 체면치레를 위해 결혼식에 큰돈을 쓰지만, 자녀세대는 허례허식에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부모세대는 이제 자녀 뒷바라지는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자신의 노후 대책을 우선시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헛된 기대를 없애야 부모와 자식 간 관계도 좋아진다.
[사설] 자녀 결혼에 노후자금의 절반을 쓰다니
입력 2016-05-13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