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우파 대통령 권한대행 맡은 테메르 부통령 추락한 브라질 경제 살려낼까?

입력 2016-05-13 18:31 수정 2016-05-13 20:46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탄핵 심판 개시로 직무가 정지된 뒤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을 나서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호세프는 “탄핵 추진은 사기이자 쿠데타이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AP뉴시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개시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미셰우 테메르(사진) 브라질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경제 정책을 급속히 우클릭하고 있다. 좌파 집권 13년간 경제가 망가졌다고 주장해온 우파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호세프 대통령은 “나는 평생 투쟁을 해온 사람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예고해 테메르와의 대치 정국이 불가피하게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테메르는 대통령 권한대행 취임 후 첫 연설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는 경제가 될 것”이라며 “정부 지출을 줄여 재정적자를 해소한 뒤 조속히 다시 성장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재벌들이 선호해온 인물인 테메르는 특히 “민간부문의 기업 환경을 크게 개선해야 한다”고 친기업적 정책 도입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아울러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로부터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 고위 인사들이 뇌물을 받은 스캔들과 관련해 “부패 수사를 더욱 확대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테메르와 이번에 그가 새로 임명한 각료들 가운데에도 이 스캔들에 연루된 인사가 있어 국민의 비판 여론을 사전에 차단키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테메르는 ‘단합’을 강조했지만 호세프 대통령은 테메르와 보수 세력에 대한 일전을 예고했다. 호세프는 “나는 테메르를 비롯해 권력에 굶주린 반대파들의 쿠데타로 희생된 사람”이라며 “(반정부 게릴라 출신인) 내가 평생 투쟁해 왔듯 지금부터도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권 노동자당 일각에서는 호세프 대통령의 복귀가 어렵다고 보고 ‘포스트 호세프’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특히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다시 좌파 진영의 리더로 내세워 향후 선거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테메르가 임명한 각료 21명 모두가 백인 남성으로 구성돼 비난을 받고 있다. 브라질 주요 인종은 백인이 48%,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가 43%, 흑인 8%로 구성돼 있다. 호세프 때는 39명 각료 중 여성이 6명이고, 여성 중 1명이 흑인이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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