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대주자→ 주전 외야수 펄펄… 박해민, 명실상부 ‘삼성 테이블세터’

입력 2016-05-13 18:34 수정 2016-05-14 00:27

타격에 눈을 뜬 박해민(26·사진·삼성 라이온즈)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2012 시즌 육성선수로 입단해 전문 대주자나 대수비 요원으로 입지를 키워 왔던 박해민은 삼성에 꼭 필요한 테이블세터로 자리를 잡았다.

박해민은 2014 시즌 초반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배영섭의 군 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해 1군에 투입됐지만 처음부터 주전 선수는 아니었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했지만 타격기술이 부족했던 탓이다. 박해민은 1군 경기에 꾸준히 출전 횟수를 늘려나가며 경험을 쌓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이젠 타격과 주루, 수비를 두루 소화하는 팀의 살림꾼이 됐다.

박해민은 지난 12일 LG전에서 7회초 센스 넘치는 기습번트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구자욱의 타석 때는 빠른 발로 2루를 훔쳤다. 덕분에 삼성은 이승엽과 이지영의 연속 적시타 등을 묶어 7-2로 도망갔다. LG에 8회 3점을 내줬지만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다.

13일 대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는 5타수 2안타로 6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팀은 8대 14대로 졌지만 승부처에서 적시타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6회말 2사 만루에서 박해민은 중견수 앞 안타로 타점을 올렸다. 후속타자 구자욱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4번 타자 최형우는 만루포를 터뜨렸다. 6회말 7점을 뽑아낸 삼성은 8-9까지 추격했다. 박해민은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과 함께 5월 타율을 0.444(45타수 20안타)까지 끌어올렸다.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던 박해민은 지난달 갑자기 슬럼프에 빠졌다. 7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는 등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었다. 지난달 타율은 0.174(81타수 14안타)까지 떨어졌다. 안타 개수가 줄어들자 출루율도 자연스레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자신의 특기인 도루는 단 1개에 그쳤고 도루 실패가 지난 시즌과 비교해 눈에 띄게 늘었다.

박해민은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잘하려는 욕심이 지나친 것 같다. 신동주 코치와 함께 무심 타법을 하고 오라”는 조언을 들었다. 마음을 비운 박해민은 이달 들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5월 11경기에서 벌써 5개의 도루를 추가했다. 지난해 60도루로 삼성의 한 시즌 최다 도루를 갱신하며 KBO 도루왕에 올랐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박해민이 부상 선수들의 복귀 때까지 배영섭과 함께 리드오프로서 제 몫을 해준다면 호시탐탐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