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100일’ 설문조사] 업체 10곳 “손실 70억 넘어” 14곳 “정부 지원 도움 안돼”

입력 2016-05-14 04:02 수정 2016-05-14 09:21



2006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섬유업체 A사는 지난해 매출이 50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50%가량 급등했다. 이 업체는 입주 이후 8년간 적자를 기록하다 2014, 2015년 연속 흑자로 돌아섰다. 업체 대표는 13일 “이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며 꿈에 부풀었는데 올 2월 10일 날벼락을 맞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지난 2월 11일 공단 폐쇄 이후 큰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정부 지원이 회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업체들은 국내외 대체부지를 아직도 확정하지 못했으며 근로자 해고를 시작한 곳도 적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개성공단 중단 100일을 앞두고 개성공단 입주업체 24곳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10개 업체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매출 및 영업 손실액이 70억원을 넘는다고 답했다. 이어 ‘10억원 이상∼30억원 미만’이 6곳이었으며 ‘30억원 이상∼50억원 미만’과 ‘50억원 이상∼70억원 미만’이 각 4곳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중 공단 폐쇄 이전 매출액이 50억원 미만이 10곳, 50억원 이상∼500억원 미만이 12곳인 점을 고려하면 입주업체들의 경영손실이 막대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단 폐쇄 전에는 자본잠식된 1곳을 제외하고 대부분 업체들의 만족감이 높았다. 입주업체들의 71%(17곳)는 개성공단 폐쇄 이전에 매출이 호조를 보였고, 현상 유지(4곳)나 올해 호조를 예상(2곳)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단 폐쇄로 물거품이 됐다.

정부합동대책반의 지원에 대해서는 냉소적이었다. ‘실질적 도움을 체감하지 못하겠다’(10곳)와 ‘전혀 도움이 안 된다’(4곳)는 답변이 58.3%를 차지했다. 그럭저럭 도움이 된다는 답은 9곳이었다. 가장 큰 불만은 보상이 없다는 점(7곳)이었고, 대책반 대응 미비(5곳), 대체부지 지원 제도 미흡(4곳)을 주로 지적했다.

공단 폐쇄 이후 근로자 고용 상황은 10명 미만 해고가 7곳, 10명 이상 30명 미만 해고가 2곳이었다. 나머지 15곳은 직원 전체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이는 정부의 휴직수당과 지원금 때문이다. B업체 관계자는 “6개월 기한의 휴직수당이 완료되면 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대체부지는 11곳만 확정했고, 나머지는 여전히 부지를 찾고 있다. 확정한 대체부지는 베트남 5곳, 경기도 광주나 인천 등 5곳, 무응답이 1곳이었다. 그러나 대체부지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졌다. 의류업체 S사 대표는 “베트남이 태국, 중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해서 선택했지만 말이 안 통하고 물류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절반 이상인 14곳이 ‘기대 안 한다’고 답변했다. 향후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협 사업 재개 시 참여 의향에 대해서도 ‘있다’는 응답은 10곳에 불과했다. 사업 불참 이유로는 ‘정치적 문제에 따른 피로감’(7곳)을 주로 꼽았다.

고세욱 최예슬 기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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