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알파고의 대리인 역할을 한 아자황(Aja Huang)을 가리켜 ‘결국 그것이 미래 인류의 모습’ ‘영화 터미네이터의 심판의 날’이라는 등의 내용으로 인터넷을 달구었다. 알파고 신드롬에 따라 다른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유명 퀴즈쇼 ‘제페디’에서 인간 챔피언을 단숨에 이긴 IBM의 ‘왓슨’이 대표적이다. 얼굴인식이 가능한 ‘구글포토’ 등 구글의 핵심서비스에 이용되는 인공지능인 ‘텐서플로(TensorFlow)’도 관심의 대상이다.
인공지능 분야는 ‘개방·공유의 패러다임’ 위에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알파고의 소스코드(github.com)는 벌써 공개됐다. 왓슨의 경우도 API(응용 프로그램 환경)가 개발자들을 위해 공개돼 있다. 왓슨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도록 빗장을 푼 것이다.
텐서플로 역시 오픈 소스(open source)로 공개된 상태다. 왜 이들은 힘들게 개발한 프로그램 코드를 공개하는 것일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공개가 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공개를 통해 외부로부터의 새로운 기술 공급을 꾀하고 있다. 여러 사람의 피드백을 통해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개방·공개의 패러다임이 결국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를 낳았다.
개방·공개의 힘은 공공분야에서도 여전히 강력하다. 공공입찰에서 ‘스펙 알박기’는 개방·공개를 하지 않았을 때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특정업체만 입찰 참여가 가능하도록 ‘규격서’를 내보내는 조건으로 뇌물을 주는 입찰 비리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달청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추진했던 공고 전에 구매요청 규격서를 공개하는 ‘구매규격 사전공개’를 입찰비리 방지 차원에서 지난 1월부터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했다. 각 정부기관은 반드시 구매할 제품의 스펙을 사전에 공개해 입찰 참가를 희망하는 모든 업체의 사전 검증을 받아야만 한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경쟁성과 투명성을 높여 연간 1700억원 규모의 예산 절감을 가져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체의 입찰 참여 기회도 대략 5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공분야에서 개방·공개에 따른 순기능의 또 다른 예로는 온라인 국가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의 민간 개방을 들 수 있다. 조달청은 민간부문 입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부문에서만 사용하던 나라장터를 아파트, 조합, 비영리법인 등도 활용토록 문호를 개방했다.
이에 따라 등록된 이용 기관이 2013년 800여개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5300여개로 6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부터 아파트 관리 입찰에 대해 전자입찰이 의무화돼 투명성과 효율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이외에 공공조달 통계 서비스인 ‘온통조달’을 개통해 공공기관이나 조달기업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통계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알파고 신드롬은 우리에게 개방·공개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켰다. 정부는 ‘소통하는 투명한 정부’를 내세우며 공공정보를 개방·공유하는 ‘정부 3.0’을 추진하고 있다. 개방·공유의 패러다임 위에서 인공지능의 새로운 장을 연 알파고처럼 조달청도 입찰분야에서 공공정보의 적극적인 공개로 투명성과 경쟁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공분야의 혁신’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정양호 조달청장
[기고-정양호] 알파고 신드롬과 스펙 알박기
입력 2016-05-13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