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세계 7위 경제대국인 브라질이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지카바이러스로 휘청거린 브라질이 12일(현지시간) 지우마 호세프(68)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 돌입하면서 극심한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탄핵심판 기간에 찬반 세력이 더욱 격돌하면서 ‘브라질호’의 침몰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브라질 상원은 22시간 마라톤 토론 끝에 표결을 벌여 재적 81명 중 55명 찬성으로 호세프의 탄핵심판을 개시키로 결정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반대는 22명에 그쳤다. 이로써 호세프는 직무가 정지돼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
테메르는 집권 노동당의 연정 파트너인 민주운동당 출신이지만 탄핵에 동조하면서 호세프와 앙숙이 됐다. 호세프는 이날 오전 자신의 각료를 모두 해임하면서 테메르를 돕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테메르는 새 내각 인선에 착수했지만 역시 부패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그에 대한 탄핵 절차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세프는 상원 표결 뒤 “범죄가 입증되지 않았는데 상원이 탄핵심판 개시를 결정한 것은 헌법 훼손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쿠데타이자 역사적인 과오”라고 주장했다.
연방대법원은 최대 180일 동안 심판을 한다. 대법원이 탄핵 추진이 적법하다고 결정하면 상원은 탄핵안을 다시 표결해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호세프는 최종 퇴출되고 2018년 12월까지 남은 임기는 테메르가 채운다.
반정부 좌파 게릴라 출신으로 2011년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이 된 호세프는 치명적인 위기를 맞았다. 탄핵은 2014년 재선을 앞두고 경제가 좋은 것처럼 정부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 때문에 제기됐다. 호세프는 관행적 처리라고 반박했지만 야권은 재선에 유리하도록 숫자를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탄핵의 더 큰 배경은 2003년부터 집권한 좌파 정권의 경제운용에 대한 국민적 불만 때문이다. 지난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8%로 34년 만에 최악이었다. 인플레이션도 12년 만에 최고인 10.7%였다. 브라질 경제 침체는 석유와 철광석 가격 하락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은 좌파 집권 13년간 선심성 정책 남발로 경제를 망친 결과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집권당이 연루된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뇌물 스캔들을 비롯해 청렴할 것으로 기대했던 좌파 정권조차 부패 스캔들이 끊이지 않은 데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셌던 것도 탄핵 바람을 부추겼다.
히카르두 레반도브스키 연방대법원장은 “탄핵심판 절차를 늦어도 9월 중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서 3분의 2 이상이 탄핵에 찬성했기에 대법원 심판을 거쳐 상원에서 탄핵안이 최종 상정될 경우에도 호세프가 축출될 가능성이 크다.
집권당에서는 국정 혼란 조기수습을 위해 10월 지방선거 때 대선을 함께 치르자는 ‘조기 대선론’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8월 브라질 올림픽은 예정대로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경제파탄’브라질 대통령 ‘직무정지’
입력 2016-05-1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