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님 말고”… 트럼프식 공약 말바꾸기

입력 2016-05-13 04:23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말 바꾸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 공약인 ‘모든 무슬림 입국금지’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트럼프는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라디오에 출연해 “무슬림 입국금지는 아직 공식 요청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전까지 그렇게 해 보자는 제안일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테러와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테러 이후 모든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새 런던시장에 이슬람교도인 사디크 칸이 선출되자 트럼프는 “칸 시장은 입국금지의 예외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약간 바뀌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말 뒤집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일에는 NBC뉴스 인터뷰에서 부자증세와 최저 시급 인상을 주장하며 이전과 180도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는 그동안 감세를 주장했으나 NBC뉴스 인터뷰에서는 “부자의 세금을 올리고 중산층, 기업, 일반인의 세금은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당 7.25달러(약 8445원)로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최저 시급이 어느 정도 올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멕시코 기념일인 지난 5일에는 멕시코 음식 타코를 먹으며 ‘히스패닉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려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는 그동안 멕시코 이민자를 ‘성폭행범’이라고 묘사하는 등 히스패닉을 향해 숱한 비하발언을 쏟아냈다.

한편 로이터통신이 이날 발표한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는 각각 41%와 4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1주일 전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트럼프를 13% 포인트 차로 따돌렸으나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주자로 사실상 결정된 이후 지지율이 가파르게 올랐다.

이런 가운데 1970년대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대기자는 이날 전국부동산협회(NAR) 행사에서 “WP에 트럼프의 과거를 취재하는 기자 20명이 있다”면서 그의 뒤를 캐고 있다고 소개했다고 현지 매체 워싱턴 이그제미너(WE)가 보도했다. 우드워드는 또 “트럼프의 사업 전력과 부동산 등 그의 인생 모든 단계에 대해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과거 캐기는 2013년 WP를 인수한 아마존닷컴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조스는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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