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박 무게중심 여전… 비박, 속앓이에도 속수무책

입력 2016-05-13 04:15
새누리당이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와 별도의 혁신위원회를 띄우기로 하면서 친박(친박근혜)의 당권 장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박(비박근혜)계는 12일 “당이 망하는 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일회성 반발에 그쳤다. 당 주류인 친박계는 대외적으로 침묵하면서도 주요 사안마다 의견을 관철시키고 있다.

◇17일 정진석 비대위 출범…非朴 “당 망하는 길”=새누리당은 오는 1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에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12일 “대안이 없기 때문에 가결될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비대위’는 총선 직후 해산된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대신하면서 혁신위 구성과 전당대회 실무를 준비하게 된다. 새 지도부가 들어설 때까지 유일한 선출 권력인 정 원내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다. 전당대회도 9월 정기국회 시작 전으로 밀려 친박이 책임론을 딛고 전열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총선 참패 진단과 계파 해체, 정권 재창출을 혁신위의 3대 과제로 꼽았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대충 땜질식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평가 절하하는데 두고 보라”며 “성안된 혁신안은 새 지도부가 못 건드리게끔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최근 원내지도부 인선 등에 친박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가소로운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다만 친박 2선 후퇴론에 대해선 “‘친박=책임’ 이런 식의 등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새누리당에 친박이 70∼80명인데 그 사람들이 전부 책임이 있느냐. 그렇게 덤터기 씌우는 건 옳지 않다”고 감쌌다.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 회동 의제 조율차 국회를 찾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당의 자율성과 자생력을 키우겠다고 한 정 원내대표 말씀이 정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힘을 실었다.

비박계는 밖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우 의원은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혁신위를 따로 구성하는 데 대해 “당의 혁신을 최우선 과제가 아닌 부차적인 것으로 여긴다는 의미”라고 했다. 홍일표 의원도 PBC라디오에 출연해 “충격적 참패의 원인을 찾고 앞으로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자세 변화가 나오길 원했는데 아직 위기의식이 부족하다”고 했다. 비박계는 세 대결에서 밀리는 데다 구심점도 없어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대다수는 “자숙할 때”라며 아예 입을 닫고 있다.

◇與 원로들 “계파싸움, 靑 눈치보기 그만”=정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함께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총선 참패 8일 만인 지난달 21일 상임고문단을 만나 한바탕 쓴소리를 들었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집권 여당이 사람이 없어서 외부에서 혁신위원장을 찾느냐”며 “새누리당과 희로애락을 같이한 사람 중에 뽑아야 한다”고 했다. 전당대회는 최대한 앞당겨 새 대표가 당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몇몇 상임고문은 공천 때 탈당한 무소속 당선인들의 조기 복당을 재촉하기도 했다. “지긋지긋한 계파 싸움 때문에 선거에서 졌는데 이제 계파 타령 좀 그만하라” “청와대 눈치 보지 말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혁신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외부 인사를 찾아보고 여의치 않으면 현역이 아닌 당내 인사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