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도 고양 자택에서 만난 최영철(44·자영업)씨와 갓 소티아(25)씨는 국제결혼 커플이다. 부부는 신혼생활 4년 동안 단 한 번도 다투지 않은 ‘잉꼬부부’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11년 12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남쪽 도시인 다커마이시 껀달읍에 있는 한 작은 교회에서 시작됐다. 아직 캄보디아 국적인 갓씨는 유창한 한국말로 당시 남편과의 첫 만남에 대한 느낌을 털어놨다.
“제가 다녔던 껀달읍 바울교회 김성만 선교사님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어요. 남편은 그때 캄보디아에 신붓감을 찾으러 왔나봐요. 제가 딸 6명 중 막내딸인데요. 얌전한 나를 보더니 무척이나 좋아하더군요. 10개월 데이트 끝에 결혼에 골인했답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다른 여성들이 더 예뻤는데 남편이 왜 그때 나를 선택했는지 아직도 궁금해요(웃음).”
그러자 최씨가 “사실 그때 서너 명의 여자를 소개받았다. 하지만 아내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특히 웃는 모습이 예뻤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신앙이 좋아 착할 것 같았다. 그때 내 생각이 옳았다. 아내는 시어머니를 먼저 모시자고 할 정도로 착한 여자였다. 아내는 시어머니 말씀에 늘 순종하는 며느리다. 지금은 내가 아내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환한 얼굴을 했다.
갓씨에게도 결혼 이유를 물었다. 갓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남편은 정말 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갓씨는 “처녀 때 하나님을 믿고 술·담배 안 하는 사람을 결혼 상대자로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담배냄새를 싫어했고 임신하면 태어날 아기에게도 안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남편이 나를 많이 사랑해 준다.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부부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부부는 미주알고주알 연애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추억을 떠올렸다.
갓씨는 이야기 도중 한국 전통차를 내오더니 “남편이 게임을 좀 줄였으면 해요. 그리고 애들과 좀 더 놀아주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바쁘게 일하다 보니 애들이 아빠 얼굴 볼 시간이 많이 없어요”라며 힐끗 남편을 쳐다봤다.
그러자 최씨는 “미안해. 바빠서 그래. 게임하는 시간을 줄이고 더 잘할게. 당신이 늘 곁에 있으니 행복해. 나는 더 바랄 게 없어”라고 답했다.
갓씨의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음식은 그런대로 입맛에 맞았지만 한국말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첫아이가 출산 도중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며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주님의 보살핌과 교우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잘 자라고 있어 안심이다. 특히 2년 전 출산을 앞두고 친정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옆에서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늘 마음 아프다고 했다.
갓씨는 친정엄마에게 썼던 편지를 꺼냈다.
‘엄마, 아플 때 돌봐주지 못해 죄송해요. 아직 해드릴 것 많은데 갑자기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서 너무 슬펐어요. 고생 많이 하신 엄마가 너무 대단하고 저를 예쁘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해드린 것이 없어 후회했어요. 언니들도 너무 슬펐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엄마 걱정 마세요. 자랑스러운 우리 엄마….’
눈가에 이내 촉촉한 눈물이 맺혔다. 옆에 있던 남편이 “또 운다. 친정엄마 얘기만 나오면 우네요. 제가 집사람한테 더 잘해 주어야 할 것 같네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만남에는 갓씨의 언니 2명이 함께했다.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 단체들이 지난 2∼12일 일정으로 연 ‘제2회 다문화가정 부모(식구) 초청’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것이다. 행사에는 몽골과 필리핀 베트남 태국 중국 캄보디아 등에서 70여명이 초청을 받았다.
돌아가신 갓씨의 친정엄마는 막내딸이 한국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무척 걱정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애지중지 키운 딸을 멀리 떠나보낼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돌아가시기 직전 친정엄마는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고 한다. 믿음직스러운 한국 사위가 최선을 다해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을 첫 방문했다는 셋째언니 갓 짠티(32·회사원)씨는 “엄마가 한국에 시집을 보낸 막내딸 걱정을 많이 하셨다. 엄마가 동생이 행복하게 잘살고 있는 모습을 천국에서 보며 기뻐하고 계실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미혼인 다섯째 언니 갓 슬라이딘(27·회사원)씨는 “캄보디아 여자는 천성적으로 마음이 착하다. 인사도 잘하고 잘 웃고 특히 부모님을 잘 모신다. 나도 한국에 시집올 생각을 갖고 있다”며 동생과 캄보디아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딸(3)과 아들(2)을 둔 부부는 현재 고양 아름다운교회(송운화 목사)에 출석하고 있다. 갓씨가 불교의 나라인 캄보디아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고향에서 기독교 신앙 때문에 핍박을 당하지 않았는지도 물었다.
“열다섯 살 때 그림 그리는 형부를 따라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찬양하고 성경을 열심히 공부하면서 신앙심이 자랐죠. 그런데 친척과 지인들이 내가 교회 다니는 것을 싫어하더라고요. 가족 및 친구 관계가 안 좋아진다면서 말이에요.”
주로 불교를 믿는 고향사람들은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오해가 많았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부모에게 효도를 안 한다고 비난했다. 또 장례식에서 절을 안 하고 향도 안 피운다고 했다. 하지만 갓씨가 배운 기독교는 그렇지 않았다. 교회에서 부모에게 효도하라고 가르쳤다. 절하는 대신 기도하고 찬양하는 추모예식도 배울 수 있었다.
갓씨는 앞으로 한국말을 더 열심히 배워 ‘통역 및 번역사’로 일할 계획이다. 갓씨는 “한국교회가 이렇게 친정식구들을 초청해 관광까지 시켜 주시니 감사드린다”며 특히 목사님들이 다문화가정을 위해 기도해 주신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갓씨의 시어머니 유후자(69·고양 아름다운교회 집사)씨는 “아들이 결혼하기 전에 예수 믿고 마음 착한 며느리를 보내 달라고 40일 작정기도를 드렸다”면서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다. 캄보디아에 온 며느리가 고쳐야 할 게 하나도 없다. 동네사람들이 며느리 잘 얻었다고 다들 부러워한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며느리 자랑을 했다.
유씨는 “예쁜 손자손녀를 낳아 준 캄보디아 며느리가 정말 고맙고 사랑스럽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용인·고양=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하나님 믿고 술·담배 안하는 남편을… 기도가 통했어요”
입력 2016-05-13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