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노동당 대회 이후 북한 권력 구도에서 내각과 외교 엘리트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향후 경제 발전과 대외 관계 개선에 매진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됐다. 무리한 당 대회 개최로 인한 후유증에 국제사회의 제재까지 겹치면서 체제 이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2일 세종연구소 주최 ‘제3차 세종 프레스포럼’에서 “7차 당 대회에서 박봉주 내각 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하고 노두철 부총리도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했다”며 “(당 대회 전까지는) 당 지도부에서 내각 엘리트의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박 총리가 이번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출된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박 총리가 경제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려면 군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평시에는 내각 경제가 군부에 협조를 구하는 한편 유사시엔 내각 경제를 전시 경제로 용이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진 인민 경제 분야에만 한정됐던 내각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군수 경제로까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외교 엘리트의 약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당 대회에서 이수용 외무상과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으로 각각 선출됐다. 이 외무상은 건강 문제가 있는 강석주 국제담당비서를 대신해 국제담당 중앙위 부위원장 및 국제부장에 임명됐으며 이 부상은 외무상으로 승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실장은 “외무상이 정치국에 진입한 건 김 위원장이 아직은 외교무대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으나 외교 엘리트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 대회 이후에도 북한이 당분간 유화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한과 미국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김 위원장은 박근혜정부와의 협력을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불신하고 있다. 현재 미국 대선 과정이 진행 중임을 고려할 때 차기 행정부 수립까지 기다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당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체제 불안정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동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고려대가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주민 신뢰와 존경심을 제고하려면 식량난과 경제난을 해소해야 하는데, 이는 단시일 내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당 지배력 강화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힘을 잃은 군부가 돌발적인 대남 도발을 저지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지융(鄭繼永) 중국 푸단대 조선한국연구소장은 “군대에 자금이 부족해지면 39호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 경우 군은 당에 종속된다”면서 “북한군은 입지 확보를 위해 대남 도발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북한의 7차 당 대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9일 당 대회 총화에서 대북 심리전 중단을 요구한 지 사흘 만이다. 이 단체는 오전 7시쯤 경기도 김포 용강리에서 대북전단 30만장을 대형 비닐 풍선 10개에 매달아 날렸다. 1달러 지폐 2000장, USB와 DVD, 대한민국 발전상을 담은 소책자 500권도 함께 보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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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내각·외교 엘리트 입김 세져… 체제 이완 가속화”
입력 2016-05-1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