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에는 한 방울의 술도 태아에게 안전하지 않다.’ 여성들은 임신한 사실을 알면 술을 자제하지만 ‘한두 잔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시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임신부가 술을 마시면 아기는 태아알코올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 FAS)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높다. FAS란 임신부가 임신 중 음주를 함으로써 태아에게 신체적 기형과 정신적 장애가 나타나는 선천성 증후군을 말한다.
한 가정의 어머니처럼 자녀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없다.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회장 김영주·이하 절제회)는 이런 취지로 2004년부터 FAS 예방을 위한 연구와 캠페인을 펼쳐왔다. 그 결과 임신 중 음주는 FAS를 유발하며, 오랜 기간의 가임기 여성의 음주 또한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꾸준히 알려왔다.
FAS를 연구해온 박경일 이화여대 간호대학 연구교수는 “태아는 알코올을 분해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탯줄을 통해 알코올이 태아에게 고스란히 들어가고 알코올은 기억력 세포들이 모여 있는 해마와 전두엽을 공격한다”고 밝혔다. 전두엽이 망가지거나 발달이 잘 안 되면 충동장애와 판단력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호르몬 분비대사를 완전히 비정상적으로 유도함으로 여성들의 생리불순 등을 야기하게 되고 최근에는 불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자로도 알려지고 있다.
FAS의 주된 증상은 성장장애, 안면기형, 중추신경장애 등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평균지능이 78 정도로 사고력이 현저히 떨어져 일생 동안 학습장애를 나타낸다는 것. 뿐만 아니라 중추신경의 미발달 때문에 과잉운동, 집중력 장애, 분노 폭발, 폭력 등의 행동을 나타낸다.
김영주 회장은 “절제회가 이화여대 간호대학에 의뢰한 최근 연구보고에 의하면 조리원 산모들의 임신 중 음주 경험 비율이 20%였다. 아직도 많은 여성이 임신을 알면서도 음주가 태아에게 나쁜 줄 모른 채 계속 술을 마시고 있다”며 “적극 계몽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 인구 중에서 20% 이상이 태아알코올증후군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무서운 통계”라고 우려했다.
또한 절제회는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아동 학대의 원인과 알코올이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절제회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신고된 아동학대 가해자는 부모가 가장 많았고(83%), 자녀들을 학대한 부모가 알코올중독인 상태였다(82.7%). 특히 자녀들을 학대할 때 음주상태인(52.2%) 것으로 드러나 부모의 음주가 아동학대의 중요한 위험 요인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절제회는 가임기 여성의 음주 예방에 대한 건강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촉구하고 향후 남성의 음주로 인한 태아기형에 관한 연구를 발표해 현재의 알코올 예방정책의 방향을 조명할 계획이다. 1923년 창립된 절제회는 매년 술과 담배, 마약의 해독을 알리는 금주금연 캠페인을 펼치는 등 하나님과 가정, 나라를 위해 절제운동에 힘써왔다. 절제회는 1883년 시작된 세계기독교여자절제회의 회원국이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이래도 술 드실래요? 임신부는 절대 금주”
입력 2016-05-13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