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증가=소비에 부정적’이라는 공식은 단기적 관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대수명 증가로 저축률이 높아지면 당장은 소비 감소로 이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본 축적과 노동공급 확대로 경제성장률 제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기대수명 증가의 거시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대수명이 늘면 경제주체들이 오래 살 것에 대응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이 높아져 소비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00년 75.5세였던 것에서 매년 0.5세 내외로 증가해 2014년 82.4세까지 늘었다. 60세를 은퇴 연령으로 가정할 경우 은퇴 후 생존 기간이 대략 40% 정도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권규호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기대수명 증가가 저축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우리나라 인구 구조를 반영한 생애주기·중첩세대 모형으로 모의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경제주체들은 기대수명이 0.5세 증가하는 시점에 소비는 줄이고 저축을 늘렸다. 특히 저축률이 눈에 띄게 올랐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저축률은 3.5% 포인트 늘었다. 기대수명의 변화가 없을 때 저축률과 비교한 결과다.
연금의 소득대체율 수준이 낮은 데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정체돼 있어 경제주체들이 안정된 노후를 위해 저축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성장률도 0.4% 포인트 올랐다. 저축률 상승이 자본 축적으로 연결돼 노동의 한계생산성을 높였고 그 결과 노동 공급을 확대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그러나 KDI는 저축률 상승이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상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연구위원은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소비 하락은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이라며 “따라서 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용 등 구조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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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늘면 장기적으로 소비 늘어”
입력 2016-05-12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