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결혼 비용 1억3000만원… 노후 휘청 속 “자식에 미안”
입력 2016-05-12 17:48 수정 2016-05-12 21:02
자녀의 결혼이 부모에게는 노후 부담이 되고 있다. 신랑 집안의 부담이 신부 집보다 2배 더 많았다. “신랑 신부가 같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현실은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결혼비용, 갈등 원인=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12일 수도권과 5대 광역시의 자녀·부모세대 150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5년 내 자녀를 결혼시킨 부모의 경우 아들에게는 평균 9373만원, 딸에게는 평균 4167만원을 결혼자금으로 지원했다고 답했다. 아들에게 지원한 금액이 딸의 2배가 넘었다.
이들 기혼자녀를 둔 부모세대 4명 중 3명꼴로 결혼비용이 부담됐다고 했다. 아들을 장가보낸 부모는 81.3%(매우 부담 21.5%, 조금 부담 59.7%)가 부담스럽다고 했고, 딸을 시집보낸 부모는 70.5%(매우 부담 13.5%, 조금 부담 57.0%)로 다소 적었다.
연구소는 “신랑 측의 결혼 부담이 큰 것은 남자는 신혼집, 여자는 혼수라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관행은 아들을 둔 부모에게 ‘해준 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심리를 자극해 결혼비용을 부풀리거나 집안 간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기혼자녀 세대의 3분의 1 이상(36.9%)이 결혼준비 과정에서 배우자 간 또는 양가 부모의 갈등을 경험했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고객 중에 파혼이 생기는 경우 혼수비용이나 집 장만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를 본다”며 “대략 신랑 쪽이 7, 신부 쪽이 3 정도로 비용을 나누는 것이 암묵적인 룰인데, 여기서 어긋나면 논란이 생기곤 한다”고 전했다.
자녀 결혼 때문에 부모의 노후 준비에도 차질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들의 노후에 무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기혼자녀를 둔 부모의 75.2%나 됐다. 대체로 노후자금의 절반 이상(55%)을 자녀 결혼에 썼다. 그러면서도 부모세대의 43.9%는 “자녀에게 결혼자금을 남들만큼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생각했다.
◇“바뀌어야 한다”면서…=남자에게 치우친 부담도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변화를 실행하진 못하고 있다.
최근 5년 내 결혼한 이들의 49.7%는 결혼비용을 “신랑과 신부가 동일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신랑 신부 가리지 않고 형편이 좋은 쪽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답도 30.9%나 됐다. 미혼자녀의 경우도 비슷했다.
올해 초 결혼정보업체에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 평균 결혼비용은 2억7400만원이었다. 듀오의 김승호 홍보팀장은 “삼성생명 조사에서 나온 부모의 평균 지원금액과 총 결혼비용을 감안하면, 남성은 28살에 취업해 5년간 8000만원, 여성은 25살에 취업해 5년간 6000만원 정도 저축해야 평균 초혼 연령대에 평균 결혼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미혼자녀 세대 중 “결혼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응답은 27.3%로 미혼자녀를 둔 부모세대(37.3%)보다 낮았다. 부담스러운 지출을 감수하는 이유는 “일생에 한 번뿐이어서”라는 답이 50.5%였고, “남들이 하는 만큼은 해야 할 거 같아서”라는 답이 27.0%였다. 은퇴연구소는 보고서에서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모의 노후준비에 차질이 온다면 자녀에게도 장기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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