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는 서울, 근무는 세종… ‘투기 광풍’에 휩쓸린 공무원들

입력 2016-05-12 18:14 수정 2016-05-12 21:52
대전지방검찰청 특수부가 지난주 세종시 부동산중개업소 6곳과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알려지자 세종시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부동산 업체가 뒤숭숭해 하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뉴시스

검찰이 중앙부처 공무원의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자 세종시 전체가 뒤숭숭하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검찰의 수사 불똥이 전매금지 기간(현재 3년) 중 전매한 공무원이나 웃돈 거래 공무원들에게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정권 말기 공직기강 잡기 일환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까, 아니면 4·13총선에서 야당에 몰표를 준 신도시 주민들에 대한 ‘괘씸죄’를 적용해 수사의 강도를 높이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특별분양을 받은 공무원 9900명 중 실제 입주를 마친 공무원이 6198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이들 중 입주를 포기한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소문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억원대의 부당 시세차액을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입주자가 아닌 2000여명가량이 지금 떨고 있는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이번 검찰 수사가 투기 색출이기보다는 ‘공직사회 사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많다.

한 공무원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권 말기 레임덕을 우려한 정부가 기강 확립 차원에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전매 기한을 지켜 팔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면서도 “공무원이 매매차익을 남겼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을 것으로 보여 수사가 어디로 튈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세종시 아파트 전매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세종시로 내려온 공무원들이 이전 공무원들에게 특별 공급된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분양권을 되팔아 1인당 수천만원에 이르는 웃돈을 챙겨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매 의혹이 불거지자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2014년 3월부터 공무원의 세종시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을 애초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올해 초다. 지난 1월 구입 후 2년이 안 돼 아파트를 내다 판 공무원 9명이 세종시에 적발돼 감면받은 취득세 4500만원을 토해내기도 했다.

세종시 부동산중개업소도 떨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의 중개업소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대부분 문을 닫고 휴업에 들어가며 바짝 엎드렸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세종시 한솔동 A부동산중개사무소는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난 1일 이후 문을 닫은 채 연락을 두절한 상태다. 한솔동, 나성동, 종촌동 등 신도시 상당수 부동산중개업소도 검찰 수사 이후 1주일 이상 휴업에 들어갔다. 검찰 수사가 현재는 일부 부동산중개업소에 한해 이뤄지고 있으나 앞으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 현지 부동산 시장 전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행 주택법 39조(공급질서교란 금지)에 따르면 분양권 불법 전매 시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세종=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