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가워.” “저도 반가워요.” “한국 친구들에게 널 소개할래?”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나오미라고 해요. IBM의 왓슨을 활용해 몇 가지 일을 할 수 있답니다. 자연어 학습 능력을 통해 새로운 언어도 계속 배우고 있어요.”
1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IBM 커넥트 2016’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인 IBM의 지능형 로봇 ‘나오미’는 사회자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발음은 어눌했지만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말할 때 간단한 손동작을 취하면서 마치 사람이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나오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중간에 뒤로 넘어졌지만 ‘끙∼’ 하는 소리를 내며 스스로 다시 일어나는 모습도 보여줬다.
나오미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결합된 지능형 로봇으로 분류된다. IBM의 AI 플랫폼인 왓슨이 탑재됐다. 왓슨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이 쓰는 자연어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컴퓨터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말, 사진 등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IBM은 이를 코그너티브(인지) 컴퓨팅 기술이라고 칭하고 있다.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잠재력은 이미 확인됐다. 인간의 언어로 AI와 인간이 소통하는 분야에선 왓슨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왓슨은 2011년 미국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 우승을 차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조지아텍의 한 교수가 한 학기 동안 조교로 왓슨을 이용했는데 학생 대부분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조교는 질 왓슨이란 이름으로 학생 상담, 일정 알림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이 교수는 다음 학기에도 왓슨을 조교로 쓸 계획이다.
IBM은 SK㈜ C&C와 손잡고 왓슨에 한국어 공부를 시키고 있다. 내년부터 왓슨을 한국에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어로 대화하는 나오미도 자연스럽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해외에선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미국 호텔체인 힐튼은 왓슨 기반의 로봇 ‘코니’를 버지니아 등 일부 지역의 호텔에 시범 배치했다. 코니는 호텔 근처 음식점 안내, 관광지 소개, 호텔 안내 등을 한다. 체크인·체크아웃까지는 아직 못한다. 코니와 나오미는 이름만 다르고 같은 로봇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왓슨을 기반으로 한 로봇 ‘페퍼’를 이미 상용화했다. 일반 판매는 물론 휴대전화 매장 등에서 활용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능형 로봇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지능형 로봇 미래성장동력추진단 주관으로 지능형 로봇 산업 육성에 대한 전략을 논의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 및 산·학·연 협동을 통해 현재 1.8년 정도 벌어진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2조6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로봇시장 규모를 2020년 6조원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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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일상으로 성큼 들어오는 ‘지능형 로봇’
입력 2016-05-13 0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