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0원→소득 91억 ‘전관’ 홍만표 수임 싹쓸이

입력 2016-05-13 04:00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두 차례 이끌어낸 홍만표(57·사법연수원 17기·사진) 변호사를 두고 세간이 먼저 입길에 올리는 것은 그의 법조능력이 아닌 재산이다. 홍 변호사가 형사사건 수임을 독식해 연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다는 소문은 수년 전부터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을 맴돌았다. 2013년 91억여원의 소득을 신고하자 법조계는 “소문만이 아니었구나”라고 놀라워했다.

검사장 시절 홍 변호사의 재산은 동료들에 비해 소박한 수준이었다. 2010년 11억8000만원, 2011년 13억400만원을 신고했다. 관보에 오른 재산목록이 한쪽을 다 채우지 못했다. 특이하게도 금융권 예금이나 현금, 유가증권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이다. 예금목록 자체가 없는 이유에 대해 공직자윤리위원회 관계자는 12일 “공직자가 가진 모든 통장의 잔고가 도합해 1000만원이 안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가 신고한 재산은 서울 율현동의 893㎡ 토지, 서울 대치동의 아파트 한 채, 배우자 명의의 2003년식 자동차뿐이었다. 신고누락이 아니라면 홍 변호사의 배우자, 자녀에게도 1000만원을 넘는 예금자산이 없었던 셈이다. 공직자 중에서도 검사들은 재산의 작은 부분까지 공개하곤 했다. 홍 변호사와 함께 대검찰청에 근무하던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는 ‘배우자의 현금’ 20만원을 신고한 이도 있었다.

홍 변호사는 전세 생활을 하다가 2006년 10월 21억2000만원에 대치동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대검찰청 중수2과장을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였다. 이 부동산이 13억여원으로 신고된 이유는 실거래액이 아닌 공시지가 기준을 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율현동 토지는 퇴임한 뒤 자녀들에게 절반씩 증여됐다.

그는 거물급 전관이 되자마자 재산의 몇 배에 달하는 큰돈을 벌어들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홍 변호사의 2013년 소득은 91억2000여만원으로, 개인소득자 가운데 전국 15위 수준이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특별수사지원과장, 중수2과장, 수사기획관 등으로 일하면서 쌓은 다양한 특별수사 경력과 무관하지 않은 소득이었다. ‘특수통’이 개업했다는 소식에 재벌을 비롯한 굵직한 피의자들이 앞다퉈 홍 변호사를 찾았다고 한다.

홍 변호사는 2013년 수천억원대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재판을 받던 김승연(64) 한화그룹 회장을 변호했다. 앞서 2005년 김 회장을 대검 중수부로 불러 조사한 주임검사가 홍 변호사였다.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전군표(62) 전 국세청장을 변호한 때도 2013년이었다. 홍 변호사는 한솔그룹 경영진 3세의 병역기피 사건을 변호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LG전자의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그가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건은 훨씬 많으며, 수익 역시 알려진 액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돈다. 홍 변호사와 같은 서초동 빌딩에서 일하던 한 변호사는 “그가 유명한 사무장 2∼3명을 썼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홍 변호사가 선임계를 정식으로 낸 사건 이외에도 수임료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홍 변호사는 20년 전 평검사로 근무했던 특수1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를 앞두고 있다.

이경원 양민철 이가현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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