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을 맞아 가계대출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중의 돈은 안전자산과 노후대비용 장기보험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2일 발표한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654조3000억원으로 집계돼 전월보다 5조3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월(2조9000억원)과 3월(4조9000억원) 증가분보다 많은 수치다.
가계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은 4조6000억원으로 3월 증가분(4조4000억원)보다 많았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증가분도 7000억원으로 3월 증가분(5000억원)을 웃돌았다. 한은은 “집단대출과 봄 이사철 주택거래에 따른 자금수요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집단대출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월 4900가구에서 3월 7100가구, 4월 8600가구로 증가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일단 돈을 모으자’는 심리는 강해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예금자보호법상 보호대상 예금액수가 지난해 말 1770조9000억원으로 집계돼 전년(1587조2000억원)보다 11.6% 늘었다. 은행의 경우 보호예금(보통예금, 정기 예·적금, 퇴직연금 적립금 등)이 지난해 기준 1083조4000억원으로 전년(970조4000억원)보다 113조원(11.6%) 증가했다.
노후불안이 커지면서 보험사로도 돈이 몰렸다. 지난해 생명보험(486조7000억원)과 손해보험(137조6000억원) 보호대상 예금액은 각각 9.2%와 15.0% 늘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고령화에 대비한 장기금융자산 수요가 늘면서 개인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연금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다른 금융업권보다 높은 금리(평균 2.28%)를 바탕으로 예·적금 잔액이 2014년 3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36조8000억원으로 14.3% 증가했다.
지난해 은행들의 경영위험도는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한 데다 기업대출 관련 부실로 대손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해 0.27%로 전년(0.30%)보다 0.03% 포인트 줄어 손실회복 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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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높여도 늘어만 가는 가계대출
입력 2016-05-12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