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서 지난달 26일부터 여성전용 시내버스가 운행 중입니다. 정거장 34곳을 지나면서 매일 3만여명을 태우는 906번 버스입니다. 중국에서도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다만 오는 8월 7일까지 한시적으로 ‘하계기간’ 오전 7시30분과 오후 4시30분 출퇴근 러시아워에만 운영됩니다. 버스회사 대표는 “여성이 옷을 간단하게 입는 여름철에 성추행을 막고, 모유를 편하게 수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최근 여성전용이 늘면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여성전용 버스는 많은 여성에게서 호응을 얻었지만 남성의 불만이 큽니다. 한 남성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버스에서 규율을 어기는 남성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모든 남성을 성추행자로 몰아가는 것은 심각한 차별”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자원 낭비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베이징공업대 천옌옌 교수는 “대중교통이 부족한데 여성이 더 많이 향유하면 남성에게 불공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천 교수는 여성입니다.
대도시에서는 여성전용 주차장도 늘고 있습니다. 후베이성 우한의 한 쇼핑몰에는 올 초 여성전용 주차구역 20곳이 마련됐습니다. 상하이의 한 오피스빌딩에는 비상용 인터폰까지 갖춘 여성전용 주차공간이 설치됐습니다. 여성들은 편리하겠지만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의 저명한 여성 사회학자이자 성과학자인 리인허는 “배려와 보호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여성전용의 숨겨진 논리는 여성은 남성만큼 운전을 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여성도 웨이보에서 “우리도 남성만큼 후진을 잘할 수 있다”면서 “여성전용 주차구역은 우리의 운전 능력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평론가 양란은 “여성은 몇몇 분야에서 취약계층”이라며 “어떤 경우에는 여성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심심찮게 벌어지는 ‘양성평등’과 ‘남성 역차별’ 논쟁이 중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론 한국 사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906번 ‘禁男버스’ 논란
입력 2016-05-13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