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Derby)는 같은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끼리의 대결이다. 도시의 대표 클럽이라는 자부하는 양 팀은 그야말로 혈투를 벌인다. 세계적인 명품 더비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잉글랜드)의 ‘노스웨스트 더비’는 잉글랜드 북서부 왕좌의 게임이다. 축구로 표면화된 지역 갈등의 원인은 맨체스터 운하 건설이다. 1894년 맨체스터가 항구도시 리버풀을 거치지 않고도 물건들을 옮길 수 있는 운하를 건설하자, 금전적 손해를 입고 실업자까지 쏟아진 리버풀은 맨체스터를 미워하게 됐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엘 클라시코’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더비다. 스페인 기득권층의 팀(레알 마드리드)이 카탈루냐 독립의 보루와 맞붙는다는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엘 클라시코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5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샬케 04(독일)의 ‘레비어 더비’는 모든 더비의 어머니라고 불린다. 두 클럽 모두 석탄, 철광 노동자들에 의해 시작됐다. 다른 더비와 달리 사회계층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양 팀의 팬들은 서로 적대적이지만 노동자 계급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자부심을 공유하고 있다.
SS 라치오와 AS 로마(이탈리아)의 ‘데르비 델라 카피탈레’는 수도 로마의 주인이 되기 위한 싸움이다. 어린 시절 라치오의 팬이었던 파시스트 정치인 베니토 무솔리니는 수도의 두 팀을 합쳐 최강 클럽으로 키우려 했다. 그러나 라치오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양 팀이 함께 사용하는 수용 인원 7만2689명의 올림피코 경기장은 더비가 열리면 대형 깃발과 화염으로 뒤덮인다.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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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더비에 지구촌 들썩
입력 2016-05-12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