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김은혜] 교회는 예수님이 만드신 ‘대안가족’

입력 2016-05-12 21:02

최근 한국교회는 급속한 가족해체로 근원적 관계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복음적 관점에서 염려되는 점은 교회가 현재의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고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하기보다 근대의 핵가족 형태를 기독교가 말하는 가족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정작 도움이 필요한 가족들이 교회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가정선교를 지나치게 ‘정상가족'의 형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 소위 ‘정상’으로 불리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형적인 핵가족 가구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2015년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전국 가족 실태 조사를 살펴보면 그런 핵가족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44.2%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부모가족, 국제결혼가족, 이혼가족, 재혼가족, 별거가족, 기러기가족, 입양가족, 1인가족, 공동체가족, 조손가족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5월이 돌아오면 조용히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교회에는 가족관련 설교와 예화, 프로그램 등이 넘쳐나는데 정상적 '가족'을 그려내는 내용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교회 밖 상황도 비슷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가정의 달 다양한 행사나 기념일로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이 충동적으로 자살시도를 하기 때문에 5월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때로는 가족이 정서적 안식처와 영혼의 안식처이기보다 큰 상처와 폭력의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받는 곳이 가족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정상가족의 형태가 기독교적 가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하면 복음의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돌봄의 일차적 대상자들을 교회가 적극적으로 섬길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그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고 교회를 떠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고려해야 보아야합니다.

성경 속에서 하나의 보편적 가족형태를 찾기란 어려우며 2000년 전 구약의 가족 형태를 현대사회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예수님은 몇 구절 안 되는 가족 관련 말씀을 통해 당시 지배적인 혈통중심주의를 비판하시며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모든 사람들 즉,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라고 가족의 개념을 확대하셨습니다. 물론 교회는 결혼을 통한 혈연중심의 가족이 해체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신앙교육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교회의 가족선교가 현대사회에 출현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부정하거나 비정상적 의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들은 문제가 있거나 비정상인 것이 아니며 이 모두는 교회와 함께 가야 할 하나님나라의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가 다양한 가족들이 현실적으로 겪어야 하는 수많은 어려움들을 외면할지라도 교회는 예수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이들을 대하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이들을 섬기며 가족공동체를 지향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체돼 가는 가족의 빈곳을 교회가 채울 수 있는 대안가족이 될 때 진정한 신앙공동체가 될 것이며,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하나 돼 네 자식 내 자식 구분하지 않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따뜻한 교회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교회는 이미 이 땅에서 천국을 경험하는 진정한 ‘대안가족’이 될 것입니다.

김은혜 교수(장신대·기독교와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