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추락한 천재

입력 2016-05-12 19:43

‘딸바보’ ‘아들바보’들은 자녀가 또래의 다른 아이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글을 깨우치거나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싶으면 혹시 신동이 아닐까 잔뜩 기대를 건다. 그러다 유치원 땐 영재, 초등학생 때는 수재는 되겠거니 하고 자위하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야 비로소 남들과 비슷한 범재임을 인정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천재는 다르다. 주머니 속 송곳처럼 아무리 자신을 숨기려 해도 그의 비범함은 드러나기 십상이다.

한국인의 평균 지능지수(IQ)는 106으로 세계 1, 2위를 다툰다. 물론 IQ가 천재와 범재를 가르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통상 140을 넘으면 천재 소리를 듣는다. 미국의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은 이 중에서도 170 이상을 ‘초천재’로 세분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210의 IQ 소유자 김웅용(54) 신한대 교수에겐 ‘초’라는 수식어를 서너 개쯤 붙여야 한다.

그는 다섯 살 때 4개 국어를 했고, 여섯 살 때 미적분을 풀었다. 그리고 여덟 살 때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초청으로 유학길에 올라 핵물리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7년간 나사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천재로서의 삶은 여기까지다. 떠날 때와 달리 조용히 귀국한 그는 검정고시를 거쳐 국내 대학을 졸업,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심한 압박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나라와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니 그 부담감이 오죽했을까.

IQ 187의 ‘천재소년’ 송유근(19)군도 감당하기 벅찬 주변의 기대감 때문에 논문 표절 유혹에 넘어간 게 아닌가 싶다. 송군이 지난해 지도교수와 공동으로 국제 천체물리학 저널에 게재한 논문이 최근 표절로 최종 결론나면서 만 18세3개월의 나이에 국내 최연소 박사가 되려던 그의 꿈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어른들의 과욕과 조바심이 그를 나락으로 몰아간 게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