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해 영국을 국빈 방문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수행단이 무례했다고 비난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여왕이 특정국 및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모습이 잡힌 것은 이례적인 일로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BBC방송에 따르면 여왕은 10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자신의 구순 생일축하 가든파티에서 여성인 루시 도르시 경찰청장과 대화하던 중 문제의 발언을 했다. 이 장면은 BBC 카메라에 그대로 녹화돼 공개됐다.
BBC 영상에 따르면 여왕은 도르시 청장이 “시 주석 방문 때 경호를 책임졌었다”고 소개하자 “오, 불행했었군요(Oh, bad luck)”라고 위로했다. 이어 도르시 청장이 “그들을 경호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고, 이에 여왕도 “나도 그랬다”고 맞장구쳤다. 여왕은 특히 “중국 방문단이 바버라 우드워드 중국 주재 영국대사를 아주 무례하게 대하더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도르시 청장은 “무례할 뿐만 아니라 외교 관례에 맞지 않았다”고 동조했고, 여왕 역시 “아주 비정상적인 일이었다”고 말을 이었다. 당시 중국 측 인사들은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던 중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말하고는 우드워드 대사를 그냥 놔두고 현장을 떠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이 공개되자 버킹엄궁 대변인은 “여왕의 개인적 발언에 코멘트할 게 없다”면서 파문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궁 대변인은 특히 “지난해 시 주석의 국빈방문은 성공적이었고 또 부드러운(smoothly)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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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1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