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삼탕… 앞이 안 보이는 미세먼지 대책

입력 2016-05-12 04:29

이르면 이달 말쯤 ‘미세먼지 종합대책’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종합대책을 보면 ‘도돌이표 종합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12월 발표했던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 담겼던 대책이 대부분을 차지해서다. 환경부와 실무를 맡은 관계부처 등이 이견을 보이면서 미세먼지 대책은 매번 겉돌았다.

◇이번에도 ‘말잔치’?=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이번에 나올 종합대책까지 포함해 다섯 번째다. 환경부가 준비 중인 종합대책에는 노후 경유차 폐차 유도, 배기가스 저감장치 부착 의무화, 공해 유발 차량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환경지역(Low Emission Zone·LEZ)’ 확대 등이 담길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넘어서는 차량의 리콜 의무화, 수도권 발전소 등의 ‘오염물질 총량제’ 대상 확대, 고농도 미세먼지 때 차량부제 시행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의 ‘재탕’ ‘삼탕’ 수준이다. 더욱이 ‘2차 계획’도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2차 계획’은 각 연도마다 노후 운행 차 엔진 개조, 조기 폐차의 구체적 목표수치를 제시했었다. 지난해부터 2019년까지 매년 3만8000대를 조기 폐차하고, 엔진 개조도 지난해와 올해 각 7000대씩 진행해 2019년까지 3만8000대의 노후차량 엔진을 바꿀 방침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폐차된 차량은 3만4500대, 엔진 개조는 1000대에 불과하다.

배기가스 저감장치(DPF) 부착은 목표치(3만대)의 절반을 조금 넘는 1만9000대다. 휘발유·가스차 삼원촉매장치 교체는 목표치(8만3000대)의 2%도 안 되는 1140대에 그쳤다.

또 ‘2차 계획’은 2017년 LEZ 확대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서울, 인천, 충남 아산, 경기 시흥 등이 대상 지역으로 거론됐고 CCTV 차량번호인식시스템 등으로 위반차량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합의’가 진행 중이라 LEZ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실효성도 미지수다. LEZ는 ‘제1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2005∼2014년)에도 등장한다. 2012년까지 적발된 1802건 중 과태료 부과는 1건이었다. 그나마 2차 계획에 따라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서울에서만 784건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오염물질 배출시설 관련 규제도 마찬가지다. 먼지, 황산화물 등에만 부과했던 배출부과금을 질소산화물(NOⅹ)에도 매기는 방안은 지난해 실시를 목표로 했지만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관계부처 협조’가 걸림돌=‘관계부처 협조’는 걸림돌이다. 기본계획을 근거로 세부계획 추진을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맡아야 하는데 예산 부족에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난색을 표한다. 심지어 기본계획은 법이 아닌 가이드라인이다. 이해당사자들이 지켜야 할 의무가 없다. 관계부처나 지자체와 ‘합의’를 촉진할 강력한 장치도 없다.

이렇다 보니 종합대책을 마련해도 실행까지 수개월 이상 걸린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10일 기자들을 만나 “최대한 많은 사안을 새 대책에 담아 빨리 추진하고 싶은데 관계부처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바람에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환경 이슈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수차례나 직접 언급한 사안은 미세먼지밖에 없다. 마음이 급한데 고민”이라고 했다. 서울환경연합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유택시 도입 등 경유차 활성화 정책을 철회하고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등 실질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