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중 처우가 열악한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인건비를 줄일수록 정부가 더 좋은 점수를 주는 현행 경영평가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간접고용 관련 규제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열악한 간접고용만 늘어=1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345개(부설기관 포함) 기관의 올 1분기 말 기준 ‘소속 외 인력’은 전체 7만6683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338개) 소속 외 인력 7만5089명보다 1594명 증가한 규모다. 5년 전인 2011년보다 1만5000명 정도 증가했다. 전체 비정규직 중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해 64.4%에서 올 1분기 67.0%로 2.6% 포인트 증가했다.
소속 외 인력은 외주업체를 통해 파견·용역·사내하도급 형태로 ‘간접고용’된 비정규직 근로자를 말한다. 이들은 시간제·단시간 근로자 같은 ‘기관 소속 비정규직’, 즉 ‘직접고용’ 비정규직보다 외주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문제 등 때문에 고용불안이 심각하다. 또 고용노동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시스템을 보면 2014년 기준 공공기관 파견·용역 근로자 평균 임금은 212만6529원이었다. 반면 직접고용 형태인 기간제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52만2466원이었다. 상여금, 복지 포인트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약 77만원의 차이가 났다.
◇정규직 전환 대상 제외와 경영 평가가 이유=박근혜정부가 임기 초부터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준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왜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계속 증가하는 것일까. 첫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직접고용 비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규직 전환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만 늘린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시스템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2012년 4만6971명(295개 기관)에서 2014년 4만3887명(306개 기관)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6만3379명에서 6만5326명으로 늘었다. 정부 홍보와 달리 실제 공공기관 비정규직 규모는 큰 변화가 없었다.
기획재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도 간접고용을 늘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기관의 총 인건비 인상률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점수를 깎는다. 인건비 규제 대상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다. 비정규직 인건비는 관리업무비로 계산된다. 정규직·무기계약직 대신 비정규직을 고용해야 인건비 규제를 피할 수 있는데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기 때문에 사실상 간접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공기관 고용정책 대상에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포함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경우 기관 정원 5% 이내에서 관리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인건비를 관리업무비로 관리해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영평가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려는 노력 등을 평가하는 항목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공공기관 간접고용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관련기사 보기]
☞
☞
☞
☞
[기획] 비정규직 대책 ‘반쪽’… 公기업 간접고용 확 늘렸다
입력 2016-05-12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