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투트랙’… 與, 혁신보다 안주 택했다

입력 2016-05-12 04:00
여야 3당 원내대표·수석부대표·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가 11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석 새누리당, 박지원 국민의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병주 기자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와 별도의 혁신위원회.’

4·13총선 참패 후 한 달이 다 돼서야 여당이 내놓은 해법이다. 와해된 지도부를 대신해 당을 수습할 헤드쿼터로 ‘투 트랙’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혁신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주장이 관철된 것이어서 임시 지도체제는 주류 진영의 당권 장악 수순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결국 힘 있는 외부 인사 영입과 실효성 있는 정권 재창출 방안 마련 여부가 성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 트랙’ 결정 배경 및 역할=투 트랙 체제를 결론낸 11일 정진석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선 20대 총선 당선인 12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가 공개됐다.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관리형 비대위+별도 혁신위’를 선택한 당선인이 가장 많았다. 이어 ‘혁신형 비대위’ ‘총선 패배 진단용 비대위’ ‘관리형 비대위’ 순이었다. 한 참석자는 “표 수로 보면 1, 2위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토론 끝에 관리형 비대위는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지만 전당대회 실무준비 등 당무만을 담당하고 혁신안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또 혁신위는 특별기구로 하되 당 지도체제, 당권·대권 분리, 정치개혁 등 쇄신안을 마련해 당헌·당규 개정 사항이 있다면 전당대회에서 함께 처리키로 가닥을 잡았다.

회의에선 혁신보다 당 수습이 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른 참가자는 “공천 탈락자들이 지지 당원과 함께 지역마다 수백명씩 탈당하고, 총선 관련 고소·고발이 산적한 현 상황을 수습하지 못한 채 혁신에만 매달린다면 전당대회도 제대로 치를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전대는 야당의 전대 일정 등을 고려해 8월 20일 전후에 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제대로 된 쇄신안 나올까=원내지도부는 혁신위의 역할이 비대위보다 더 두드러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개혁적인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가 전권을 쥐고 당 혁신을 주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비박(비박근혜)계의 주장을 다분히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혁신위가 자문기구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14년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보수혁신위원회가 공천 개혁과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혁신안을 내놨지만 20대 총선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당내에선 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혁신위의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선인 설문조사에선 혁신위원장 영입 대상으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황창규 KT 회장이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진홍 목사,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수성 전 총리, 인명진 목사, 조순형 전 의원 등의 이름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는 첫 혁신 과제로 당권·대권 분리 규정 폐지 검토 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총선 참패로 차기 주자들이 내상을 많이 입은 만큼 혁신위가 여권 잠룡들을 어떻게든 키워낼 수 있고,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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