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히로시마공원 방문 때 한국인 원폭 위령비 참배할까

입력 2016-05-11 21:3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 방문이 확정되면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도 함께 참배할지 주목된다. 그가 일본인 원폭 피해자만 추념하고 돌아온다면 한국은 물론 전 아시아인의 지탄 대상인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를 ‘승인’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7일 방문하는 평화기념공원에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위령비도 있다. 지난달 11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헌화했던 위령비에서 200여m 떨어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구체적인 동선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한국인 상당수가 희생된 사실을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환기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과 관련해선 한·미가 그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 왔다”면서 “(미국 측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희생자를 애도하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인 위령비 참배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일정 논의가 미·일 협의로 진행되는 데다 오바마 대통령과 동행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부터가 이런 일정에 동의해줄 리 없어서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을 지켜보는 우리 정부의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과잉 대응을 경계하고 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일본인 원폭 피해자를 추념하는 장소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우리 국민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큰 탓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평화기념공원 방문 결정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통해 평화와 안보를 추구한다는 신념에 입각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