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바이러스가 지나간 자리] 의료인들이 쓴 메르스 사태 백서

입력 2016-05-12 19:59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지난해 5월 우리나라를 한바탕 뒤집어 놓고 지나갔다. 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한국에서 메르스 감염병은 왜 사태가 되었는가?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는 여기에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했다. 몇몇 의료인들이 인터뷰 전문작가 지승호씨와 함께 ‘바이러스가 지나간 자리’를 다시 찾아간 것은 그 때문이다. 이들은 메르스 사태 당시 현장에서 근무했던 응급실 전문의와 간호사, 공공병원장, 감염내과 교수, 개인병원 의사 등 18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의료인들이 쓴 메르스 사태 백서’라고 할 수 있다.

“저 개인적으로는 먼저 평택성모병원에 있는 환자들은 왜 옮기라고 판단했는지, 그게 가장 이해가 안 돼요. 두 번째로는 병원 스스로 코호트 격리(병원을 의료진과 함께 통째로 격리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왜 승인하지 않은 건지도….”

“보통 응급실 앞에 선별진료소를 운영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지하주차장에서 환자가 올라와요. 이미 거기서부터 다른 사람들과 동선이 겹쳐요. 그러면 선별진료소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옆에서 산소 봐주고, 석션해주고…, 그 모든 일을 간호사가 다 해야 하죠. 환자의 분비물 처리까지도요. 간호사들 진짜 펑펑 울었어요.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 없고, 장비는 허접한 거 주면서 일만 시키니까요.”

의료진의 목소리에는 냉소와 분노가 묻어난다. 인터뷰어들은 이들을 끌고 초기 대응의 모습, 감염 병원의 상황과 현장 의료진의 느낌, 보건당국·지자체·의료기관의 상황 대처 등을 복원해낸다. 또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환자 인권이나 의료인 감염 위험 등의 문제를 짚어본다. 이들의 얘기는 “지금 메르스 사태가 끝나고 있다지만, 제 앞에 의심 환자가 왔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공공의료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답이 없어요”로 요약된다. 메르스 사태로 본 한국 공공의료의 현실이 위태롭다.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