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 교정의 풍경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세월호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기억(존치)교실’ 등 학교 안팎은 유가족들의 농성장으로 변했다. 유가족들은 학교 곳곳에 초췌한 모습으로 앉아 있거나 서성거리고 있었다. 건물 벽면과 신발장 등에는 A4 용지 크기에 적힌 ‘교실도 학적도 몰래 쓰―윽, 무엇이 무섭습니까?’ ‘우리 아이들은 두 번 죽임을 당했습니다!!!’ ‘재학생, 생존자, 희생자, 미수습자 모두 단원고 주인입니다’ 등이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참사 발생 755일이 지났지만 세월호의 갈등과 아픔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들이 무기한 농성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에 돌입한 것은 246명의 희생학생들에 대한 제적 처리가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급기야 지난 9일 7개 기관·단체들이 어렵사리 성사시킨 ‘4·16 안전교육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식’을 무효화하겠다는 강경 입장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기억교실의 한시적 이전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65일 동안 9차에 걸친 공감의 시간 끝에 도출해낸 최종 합의안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끊임없는 대화와 이해, 양보를 통해 얻은 결실이 최악의 경우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억교실’을 두고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가 충돌하는 불상사까지 일어났다. 10일 오후 9시40분쯤 기억교실이 존치돼 있는 단원고 2층에서 재학생 학부모 130여명과 유가족 100여명이 몸싸움을 벌여 3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일부 재학생 학부모들이 기억교실로 올라가 책상과 걸상을 빼냈고, 단원고 현관에서 농성을 벌이던 유가족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마찰이 빚어졌다. 양측의 다툼은 경찰의 제지를 받고서야 10여분 만에 끝날 수 있었다.
2년 전 슬픔과 위로, 눈물로 하나가 됐던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들이 이제는 미움과 증오로 서로에게 대못을 박고 있는 것이다. 합의문에 서명한 지 채 이틀도 안 돼 무효 선언하고 농성에 돌입한 유가족이나 차분히 기다리지 못하고 기억교실을 치우려는 재학생 학부모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 가족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하지만 일방적으로 제적 처리한 학교와 경기도교육청 모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비록 학교와 경기도교육청이 11일 사과와 함께 단원고 희생 학생에 대한 제적 처리를 취소하고 학적 복원을 위한 행정 절차에 들어갔지만 유가족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할 때 주위에 있던 학생들이 ‘왜 우리끼리 싸우냐’며 소리쳐 울었다고 한다. 이제라도 단원고라는 학교를 매개로 알게 된 유가족과 학부모들은 2년 전 싸늘하게 죽어간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대화와 양보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755일 전 참사 당시 눈물, 콧물 쏟으며 서로 껴안았던 손을 서로에게 내밀어 세월호의 갈등을 풀어야 할 때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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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교실’ 합의했는데… 현실 속 ‘갈등’ 못푸는 어른들
입력 2016-05-11 18:17 수정 2016-05-11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