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티키타카(탁구의 스페인어)는 한 물 갔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하자, 거의 모든 세계 프로팀들이 티키타카를 팀 전술로 채택했다. 마치 탁구의 랠리처럼 서로 탁탁 패스를 주고받으며 볼 점유율을 높여 상대팀이 아예 볼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격축구가 티키타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날,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같은 팀은 티키타카로 리그 정상을 호령했다. 재미 있는 축구, 다득점의 축구, 예술처럼 공을 다루고 패스하는 축구 열풍이 불었다.
그런데 올해 세계축구에는 판도의 변화가 나타났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는 완전히 판이 뒤집어졌다. 티키타카를 이기는 축구 전술이 선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킬패스 앤드 러시(Kill-pass And Rush)’다.
킬패스 앤드 러시는 정확하게 티키타카의 반(反)명제(안티 테제·Anti Thesis)다. 탁탁 축구공을 돌리는 상태팀의 패스 길목을 질식할 듯한 압박으로 확실하게 차단하고 볼을 빼앗으면 전광석화처럼 공격으로 전환해 ‘한 방’에 골을 넣어 승리를 쟁취하는 전술이다.
킬패스 앤드 러시를 대표하는 팀은 2015-2016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명성을 얻었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완성형’ 킬패스 앤드 러시 전술을 도입한 인물로 꼽힌다.
시메오네는 ‘안티풋볼(Anti Football·반 축구)’ 수준의 극단적인 역습축구를 전개한다. 그렇다고 선수들을 수비진영에만 배치해 잔뜩 움츠리는 축구도 아니다. 최전방에서부터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가 세 줄을 지어 일사불란하게 상대방의 패스 길목을 차단한다. 철저하게 지역을 분담해 방어하고 상대팀이 볼을 소유하면 두 세명이 붙어 볼을 빼앗는다. 상대팀은 이 방어전형을 뚫다가 제풀에 지쳐 쓰러진다. 공격권을 빼앗으면 정확한 한 번의 패스로 골 결정력이 높은 최전방 투톱 앙투안 그리즈만과 페르난도 토레스에게 빠르게 찔러준다. 그리고 두 공격수는 반드시 골을 넣는다.
AT 마드리드는 리그 폐막을 1경기 남긴 37라운드까지 61득점 18실점을 기록했다. 20개 팀 중 최소 실점이다. 올 시즌 스페인리그에서 110골 가까이 넣은 바르셀로나(109골), 레알 마드리드(108골)와 선두권에서 우승을 경쟁하고,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진출한 원동력이 바로 시메오네의 킬패스 앤드 러시다.
‘티키타카’ 잡는 ‘킬패스 앤드 러시’
입력 2016-05-12 11:34 수정 2016-05-12 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