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신천지 왜 발호하나 <2>] 성경 말씀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왜곡… 알고서도 당한다

입력 2016-05-12 04:03

지난해 2월 서울 A교회 이단예방세미나 현장. 마이크를 잡은 이단전문가가 칠판에 성경구절 수십개를 써가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했다. "구약은 옛 약속이고 신약은 새 언약입니다. 구약의 예언은 초림 때 성취되고, 신약의 예언은 재림 때 성취됩니다. 따라서 구약에서 약속한 목자가 있고 신약에서 약속한 목자가 있습니다. 믿습니까?" "아멘!" "뭐가 아멘입니까! 이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핵심교리입니다." "예?"


◇신천지 실체도 모르는 목회자, 무방비로 노출된 성도=아이러니하게도 정통교회 성도들이 신천지에 빠져드는 결정적 이유는 신천지가 신앙의 최고 권위인 성경을 교묘하게 왜곡해 접근하기 때문이다. 신천지는 보통 2시간 강의 때 30∼40개 성경구절을 제시한다. 신천지는 목회자들도 분간해내기 힘든 복잡한 ‘교리 알고리즘’을 증명하기 위해 수십개의 성경구절을 제시하는데 성도들이 이를 구별해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한국교회 대다수 목회자들도 신천지가 가르치는 ‘다른 복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신천지 탈퇴자 박모(23·여)씨는 “과거 1000명이 출석하는 교회를 20년 넘게 다녔는데도 친구의 거짓말 포교에 넘어가 신천지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이곳저곳에서 따온 성경말씀을 갖다 붙여 논리를 만들어내니 신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어렵게 신천지에서 빠져나와 담임목사님께 신천지의 위험성과 대처방법 등을 말씀드렸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며 싸늘한 반응만 보였다”고 회고했다.

박씨는 “많은 목회자들이 신천지가 무슨 논리를 주입하고 있는지 파악도 않은 채 피해자를 교회에서 출교시킬 생각만 하고 있다”면서 “신천지는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예수님 때도 믿음 때문에 출교 당한 사람들이 있다. 출교를 각오하고 신천지로 오라’며 미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천지 초기 교육 내용 알려 선제적 대응해야=이단전문가들은 개역한글판 성경을 고집하는 신천지 복음방·초등 과정 커리큘럼만 제대로 교육해도 선제적 예방이 가능하다고 충고한다.

밀교(密敎) 성격이 짙은 신천지는 복음방 2개월, 초등 2개월 과정 때 정통교회 성도들이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성경이론을 제시하며 ‘그동안 성경에 무지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리고 ‘오직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 이신칭의(以信稱義)의 구원관을 송두리째 갈아엎는다.

신천지는 초창기 2개월 복음방 공부 때 가짜 목사, 사모, 선교사, 간사, 상담사, 신학생, 상담대학원생을 투입시킨다. 정통교회 신학 이론에 이단교리를 교묘히 섞어 이단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고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을 갖게 한 뒤 거짓 교리를 주입시킨다.

신현욱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는 “정통교회 성도 입장에서 신천지 교육 내용은 모두 생소한 것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강의를 듣다보면 신천지 강사가 성경 정리를 잘 해준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들의 교수법에 서서히 매료된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신천지에 미혹된 성도들은 ‘이렇게 공부하면 성경 한 권을 통달할 수 있겠다’는 착각에 빠진다”면서 “그렇게 6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성경암송과 숙제, 시험 등을 반복하다보면 이단 교리에 중독되고 인생을 망치게 된다. 전국 교회가 예방주사 놓듯 신천지 교육을 성도들에게 미리 숙지시킨다면 피해자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취재팀 jonggy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