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의 나이에도 소녀 같다. 배우 윤여정은 작품 안에서 결코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젊은 여성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언니’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가 19일 개봉하는 영화 ‘계춘할망’에서 색다른 도전을 했다.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벗고 평생 물질을 한 해녀를 연기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윤여정은 “나는 늘 새로운 게 좋다. 똑같은 역할 또 하면 식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계춘할망은 어릴 적 잃어버렸다 12년 만에 돌아온 손녀 혜지(김고은)와 그를 끔찍이 아끼는 할머니 계춘(윤여정)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두 달 동안 제주도에 머물면서 찍었다.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했기에 마음은 내내 무거웠다. 촬영 초기 아흔셋인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출연 결정을 번복할까 고민도 했다. 그런 상황에도 윤여정은 프로답게 촬영장으로 향했다.
촬영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해녀복을 입는 것부터 곤혹스러웠다. 거친 피부와 머릿결을 표현하기 위해 분장을 독하게 해서 얼굴이 빨개지는 후유증까지 남았다. “아주 힘들었어요. 이래서 여배우의 길은 험난하구나 했죠.”
영화 개봉 이후에는 다시 브라운관을 찾는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김혜자 김영옥 나문희 고두심 등 연배가 비슷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몇 십년 만에 처음이에요. 50년 전 같이 연기를 시작해 각자 다른 드라마에서 엄마 역할을 하다 이제야 모인 거죠. 포스터 찍는 날 (김)혜자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여정아, 작가가 우리 죽기 전에 만나게 해주려고 이런 작품을 썼나봐.’ 울컥했죠.”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전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순리대로 하는 거죠. 내가 뭐 송중기와의 멜로를 꿈꾼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 해요. 난 원래 쓸데없는 꿈은 안 꿉니다.” 윤여정답다. 그래서 멋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계춘할망’ 해녀 역으로 돌아온 윤여정 “똑같은 역할 또 하면 식상, 늘 새로운 게 좋아요”
입력 2016-05-11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