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권 헤이그 판결 앞두고 美·中 남중국해 양동작전
입력 2016-05-12 04:00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 판결이 임박함에 따라 긴장감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미국 해군은 10일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에서 세 번째 ‘항행의 자유’ 작전에 나섰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함정과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맞대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신문망에 따르면 양위쥔 국방부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미국 미사일 구축함 ‘윌리엄P로런스’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 12해리 이내 수역을 항해한 데 대한 중국군의 대응 조치를 공개했다. 해군 항공병 소속 젠-11 전투기 등 군용기 3대와 미사일 구축함 광저우호 등 전함 3척이 출동해 미 구축함을 위협했다. 양 대변인은 “중국은 해상과 상공에서의 순찰 역량과 방어능력 건설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긴장 지속, 대규모 무력 충돌 가능성은 낮아=미국은 지난해 10월 구축함 라센함이 남중국해에서 첫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시작한 이래 이번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같은 작전을 수행했다.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반박하면서 동맹국을 지원하는 의미가 있다.
남중국해를 방어하는 중국 남해함대는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수비암초(중국명 주비자오)에서 공격·방어 훈련을 벌이고 주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역 일대를 돌며 순찰을 강화했다. 신화통 은 “즉각적인 전투 준비를 강화하고 전함과 공군의 전력을 상호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훈련목적을 설명했다. 지난 2일에는 해군 가무단 쑹쭈잉 단장과 단원 50명이 2만t급 쿤룬산호와 함께 피어리 크로스를 찾아 위문공연을 펼치며 영유권을 과시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니러슝 상하이정법대 교수는 “중국과 미국 전함들이 남중국해에서 맞닥뜨리는 일이 점점 많아지겠지만 양국 군 모두 우발적 충돌에 대비한 행동수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9월 ‘군사적 위기 통보’ ‘공중 조우 대처요령’을 담은 두 건의 합의문을 체결했다.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헤이그 판결 앞두고 외교적 총력전=PCA는 필리핀이 제기한 영유권 분쟁 조정신청을 심리 중이다. 판결은 이르면 이달 말에 나온다. 중국은 이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국제적 압박을 물리치고 유리한 국제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4월 러시아를 방문해 지지를 얻어냈다. 그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3국을 찾은 데 이어 베이징에서 열린 ‘제5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서도 각국 외무장관과 회동하며 남중국해 관련 지지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최근 “10여개국이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이 제안한 당사국 협상을 통한 남중국해 분쟁 해결 주장을 지지하고 나섰다”면서 “미국 주도의 서방언론이 어떻게 떠들어대든지 남중국해의 본질은 물론이고 중국과 아세안의 협력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재판 결과가 나왔을 때 각국이 수용하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중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물밑 외교전을 상당히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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