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BIS비율 급락, 수은 자본확충 부담 커진다

입력 2016-05-11 18:37 수정 2016-05-11 19:18

원화 가치가 급락(환율급등)하면서 자본 확충 방안을 논의 중인 수출입은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은의 사업특성상 외화자산 비율이 높아 환율 변동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해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표시된 자본 계정은 고정돼 있는데도 상대적으로 달러화 등으로 표시된 채권 비중이 커져 수은의 BIS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수은의 안정적 BIS비율 확보를 위한 자본 확충에 필요한 돈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11일 수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수은의 BIS비율은 10.04%다. 수은은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을 맡는 등 그동안 부실 조선사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국내은행 중에서 BIS비율이 가장 낮다. 14%대를 기록 중인 시중은행과 격차도 크다. 이 때문에 향후 구조조정 재원 마련과정에서 자본 확충 1순위로 꼽힌다.

문제는 수은의 자산 중 80% 이상이 외화자산이어서 환율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수은 관계자는 “환율이 50원 오르면 수은 BIS 비율이 0.3% 포인트가량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추세다. 5월 2일 달러당 1137.8원이던 환율은 10일 1172.6원까지 치솟았다. 11일 종가는 1167.6원으로 마감됐지만 장중 1172.3원까지 올랐다. 올 초 중국발 금융 불안의 여파로 환율이 장중 1240원대로 오른 적이 있는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향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 영향 등을 고려하면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환율 영향을 고려해 수은의 자본 확충 규모를 늘린 사례가 있었다. 2008년 12월 기획재정부는 한국도로공사 주식 등을 활용해 수은과 산업은행, 기업은행에 총 1조6500억원을 현물출자했다. 당시 수은에는 3500억원을 지원키로 계획했다가 환율급등 우려 때문에 지원금액이 6500억원으로 늘어났었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11월말 1469.0원에서 12월말 1259.50원으로 떨어졌다가 2009년 1월말 1379.50원, 2월말 1534.0원으로 급상승했다. 정부는 2008년 12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수은에만 1조7000억원(현물출자 1조1500억원, 현금출자 5500억원)을 지원해 수은의 BIS비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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