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곳곳에 ‘책 나무 공원’ 심는다

입력 2016-05-11 21:14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오른쪽)과 윤재길 청주시 부시장이 11일 청주 마불갤러리에서 생명문화도시 청주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주시 제공

“책으로 공원을 만들어 주세요.”

충북 청주시가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와 닥풀로 ‘책 나무 공원’을 조성한다. 청주시는 11일 상당구 문의면 마불갤러리에서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책 나무 공원 조성, 디지로그 문학 콘텐츠 개발, 젓가락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책 나무 공원은 이 연구소 이사장인 이어령(82) 전 문화부 장관이 제안했으며 오는 6월 출간될 이 이사장의 ‘한국인 이야기’를 구매한 독자들의 참여로 조성된다. 총 12권인 이 책에는 한지의 재료인 닥나무와 닥풀 씨앗이 들어 있다. 시는 책을 구매한 독자들이 씨앗을 보내주면 내년부터 청주 문의·내수 등에 공원을 조성하는 등 청주 곳곳에 책 나무 공원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한지를 제작하고 있는 청주 벌랏마을에서 닥나무와 닥풀 씨앗을 채취해 이 이사장에게 제공하고 책 나무 공원의 관리·운영을 맡는다.

이 이사장은 “나무로 만든 책이 다시 나무로 탄생할 수 있도록 책 나무 공원 조성을 제안했다”며 “한지의 전통적인 가치를 보존하고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도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닥나무와 닥풀로 질 좋은 책을 만들었고 청주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가 만들어진 곳”이라며 “전통과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책 나무 공원을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주 주요 공원에는 또 책을 읽어주는 디지로그 문학 콘텐츠가 도입된다. 공원에 설치된 센서가 작동하면 성우가 글을 읽어주고 영상 시스템을 통해 문학적 메시지를 보여준다는 구상이다. 디지로그는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합성어다.

지난해 청주에서 처음 열린 젓가락 페스티벌도 이 이사장의 제안으로 개최됐다. 시는 젓가락 모양을 닮은 11월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선포하고 젓가락 문화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양측은 젓가락을 소재로 한 문화상품 개발, 학술·연구·출판 사업도 공동 추진키로 했다.

시는 공방, 갤러리, 박물관, 공예마을 조성 등의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한국의 젓가락 역사와 문화 자료를 조사·연구하고 체계화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정부도 젓가락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글로벌 환경을 구축하는 사업에 국비 2억원을 지원했다. 이와 별도로 국제젓가락협회와 한중일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은 공동으로 젓가락 문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로 했다.

이 이사장은 2015동아시아문화도시 명예위원장을 맡으면서 청주를 생명문화의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청주=홍성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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