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될 때 오스만튀르크의 술탄 메흐메드2세는 백마를 타고 성소피아성당에 들어갔다. 그때 1만여명에 가까운 콘스탄티노플 교회 성도들은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 지금이라도 어서 빨리 미가엘 천사를 보내 주옵소서. 그가 이곳에 와서 빛나는 검을 휘둘러 저 짐승 같은 이교도들을 보스포루스 해협 바깥으로 물리쳐 주옵소서.” 그러나 끝내 하나님은 싸우기만 하던 그들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시고, 촛대를 옮겨버리셨다. 백마를 탄 메흐메드2세는 결국 성소피아 성당 안으로 들어오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러 왔노라, 내가 어릴 때 우리 어머니에게 배웠던 기독교는 싸우는 종교가 아니었다. 하나님을 잘 섬기고 이웃과 평화롭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기독교라고 들었다, 그런데 내가 자라서 본 기독교는 그렇지 않았다. 한 하나님을 섬기고 한 예수를 믿으면서 왜 늘 기독교는 싸우기만 한단 말이냐. 그래서 내가 너희들에게 알라의 이름으로 평화를 주러 왔노라”
메흐메드2세가 다투고 싸우는 동로마교회를 향하여 빈정대고 조롱하는 소리였다. 과연 동로마교회는 메흐메드2세의 말처럼 더 이상 싸우지 않는 교회가 됐다. 아니 싸울 일도 없었다. 성소피아성당과 381년에 삼위일체 교리를 확립한 이레네교회를 비롯해 100여 교회당이 전부 이슬람 사원이 됐기 때문이다.
메흐메드2세의 조롱과 빈정거리는 소리가 한국교회를 향해서도 메아리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한국교회는 다툼과 분열을 멈추고 바로 하나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부터 하나 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한국교회 생태계를 지키고 보호할 수 없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기총과 한교연은 반드시 하나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양 기관과 모든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합치려는 의지와 결단이 분명해야 한다. 합칠 의지와 결단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핑계를 대고 저런 구실을 대는 것이다. 의지와 결단이 분명하면 어찌 핑계와 구실을 앞세우겠는가.
둘째, 한국교회의 공익을 위해 양보와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나름대로 양 기관의 기득권과 입장이 있을 텐데 양보와 희생이 없이는 하나가 될 수 없다. 주님의 영광과 한국교회의 공익을 위한다면 하나님께서 여러모로 희생하고 양보한 자들에게 반드시 보상해 주실 것이다.
셋째, 끝없이 이해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통합을 논의하다 서로 마음에 안 든다고 통합을 안 하겠다는 선언을 성급하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고 김대중 대통령도 남북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물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된 우리가 이해하고 인내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물론 방법적인 문제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5년 전 한기총이 나누어지기 전으로 가면 된다. 그때 가입했던 교단을 인정하고 그 다음에 들어왔던 교회나 교단은 심의위원회를 만들어서 심의하면 된다. 이단 문제도 마찬가지다. 분열 후에 이단성이 있는 교회나 교단이 가입한 부분은 다시 심의하면 된다. 그래서 명실 공히 한국교회의 대표성 있는 연합기관으로 세워야 한다. 탈퇴했던 모든 교단과 교회가 다시 가입해 한마음으로 한국교회 생태계를 복원하고 보호해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전 방위적 공격을 당해 사면초가에 있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아무리 야성이 넘치는 늑대도 대여섯 마리의 사냥개에 포위되면 결국 당하고 만다. 아무리 밀림의 왕자라 해도 사자 한 마리가 수십 마리 하이에나의 공격을 받으면 패배하게 된다. 지금 한국교회는 큰 대형교회나 한 교단 갖고는 안 된다. 반드시 함께 연합해야 한다. 늑대나 사자도 무리에서 이탈하면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는가.
한기총과 한교연도 무조건 하나 돼야 한다. 하나 되고 연합해 한국교회를 보호하고 파괴돼 가는 교회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이제, 지도자들 개인의 생각과 사욕을 내려놓자. 부디 한국교회의 공익을 생각하자. 무조건 하나로 합하자.
소강석(새에덴교회목사)
[소강석의 꽃씨 칼럼] 한기총·한교연은 무조건 합해야 한다
입력 2016-05-11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