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구조조정·체질 강화 동시 나선다

입력 2016-05-11 18:35 수정 2016-05-11 21:43
주방가전 기업 휴롬이 11일 서울 종로구 휴롬주스 카페 광화문점에서 신제품 믹서 ‘휴롬알파’를 선보이고 있다. 휴롬알파는 분당 17회의 느린 회전으로 산화 및 마찰열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채소와 과일의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하는 제품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동희 기자

정부발 구조조정 광풍이 부는 가운데 취약산업으로 지목된 업계가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인력감축, 자산매각 등 ‘극약 처방’과는 별도로 각 사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대형 조선사 중 구조조정 압박을 가장 강하게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화물창 시스템을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DCS16’으로 이름 붙인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건조 한 척당 120억원 상당의 비용을 절감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박건조 가격의 5% 수준이다. 이에 수주 경쟁에서도 경쟁사보다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LNG선을 건조하면서도 핵심 기술인 화물창 시스템 기술은 해외 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사용해 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인 셸사는 이미 자사의 LNG선 프로젝트에 DCS16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공식 승인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주요 선급 및 LNG 관련 기업과 협력해 DCS16 품질보증과 점검, 자재 승인을 담당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절차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1월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중공업은 채권단의 지원 속에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의 길에 나선다. 한진중공업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9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채권단과 이날 자율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채권단은 한진중공업에 지난 2월 지원한 1300억원에 이어 추가로 12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수혈’한다. 또 협약 만료기간인 2018년 12월 말까지 출자 전환을 통해 1000억원대 이자 감면과 원금상환 유예 등도 추진한다.

한진중공업이 큰 진통 없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배경에는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의 가치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이번 협약에서 수비크 조선소의 선수금 환급보증 발급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현재 수비크 조선소의 수주잔량은 28척으로 2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국내 조선업계에 대규모 손실을 안겨준 해양플랜트 물량은 없다.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시한을 오는 20일로 정한 가운데 현대상선은 선주들과의 막바지 협상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총 용선료의 20∼30% 인하를 목표로 설정하고, 목표에 근접한 결과를 얻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상선과 함께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한 한진해운도 최근 협상단을 꾸려 용선료 인하 협상에 착수했다. 글로벌 해운동맹의 재편 움직임을 고려하면 한진해운은 늦어도 오는 7월말까지는 협상을 종료해야 할 전망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지난해 지불한 연간 용선료는 각각 9758억원, 1조1469억원이었다. 이 비용만 상당 부분 절감해도 기업회생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위기를 맞은 철강업계는 6∼7개 철강업체들이 구조조정 보고서 작성을 위한 연구용역 계약을 이르면 다음주 체결할 예정이다. 비용은 각 사가 분담하기로 했다.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는 오는 7월말까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정부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과 연계해 철강업계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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