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신형 거포 김재환 “포스트 박병호는 나”

입력 2016-05-11 19:29 수정 2016-05-11 23:47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4번 타자가 나타났다. 만년 유망주 김재환(28·사진)이다.

김재환은 물오른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11일 현재 22경기에서 타율 0.388(67타수 26안타) 10홈런 27타점을 기록 중이다. 183㎏, 90㎏의 당당한 체구를 갖춘 좌타자로, 직구와 변화구를 가리지 않고 장타를 뽑아낸다. 김재환이 친 안타 가운데 2루타 5개, 홈런 10개로, 장타율이 무려 0.910에 달한다. 말 그대로 걸리면 넘어가는 엄청난 파괴력을 뽐낸다.

특히 김재환은 승부처에 강하다. 10일 SK 와이번스 원정 1차전에선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연타석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영양가 만점자리 홈런이었다. 6-7로 뒤진 8회초에는 역전 우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또 9-7로 앞선 9회초에는 승리에 쐐기를 박는 좌중월 투런포까지 날렸다.

이 덕에 김재환은 올 시즌 가장 먼저 두자릿수 홈런에 도달했다. 지난해 7개의 홈런이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일취월장한 것이다. 11일 SK 원정 2차전에선 4타수 무안타로 주춤했다. 하지만 9회말 SK의 추격을 뿌리친 두산의 마지막 1점을 뽑는 과정에서 홈을 밟은 허경민을 3루로 보낸 진루타를 쳐 7대 3 승리에 기여했다.

김재환은 만년 유망주였다. 2008년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4순위)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파워는 갖췄지만 꾸준하지 못한 게 흠이었다. 두산에는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았다. 포수로 입단했지만 양의지와 최재훈이 버티는 곳에 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1루수로 자리를 옮겼지만 외국인 타자와 김현수가 있었기에 간간히 대타로 출전한 게 고작이었다.

결국 군에 입대한 후 2011년 제대했지만 여전히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 해 1군에서 불과 30경기에 출장해 타율 0.185라는 낙제점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정규리그가 끝난 후인 10월 말에는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복용이 드러나 10경기 출장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하지만 김재환은 이를 갈고 피나는 노력을 감내했다. 정신적으로는 편안한 마음을 가졌고, 기술적으로는 변화구를 받아치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 시즌 기회가 왔다. 1루수였던 김현수가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외국인 선수 닉 에반스가 부진으로 시즌 초반 2군으로 떨어졌다. 삼진을 많이 당하더라도 큰 것 한 방을 좋아하는 김태형 감독은 그를 4번으로 올렸다. 김재환은 올해 자신의 야구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김재환은 이제 두산의 4번 타자를 넘어 ‘포스트 박병호’를 꿈꾼다. 아직 규정타석조차 채우지 못했음에도 루이스 히메네스(LG 트윈스)와 함께 홈런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재환은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 스윙을 하려고 노력했다”며 “4번 타자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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