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입력 2016-05-11 17:39 수정 2016-05-11 21:12

우리의 현실에는 거대 담론이 난무하고 물신주의가 팽배합니다. 큰 것이 아니면 발붙일 자리가 없습니다. 담론조차 거대하지 않으면 귀 기울이려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소중하지만 작은 누군가의 이야기는 별로 주목받지 못합니다. 심지어 교회 건물도 크고 화려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이려 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큰 것만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작은 것’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면 실패자로 낙인찍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작은 것’이 들려주는 삶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면 그게 바로 귀머거리요, 장님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맘몬 숭배’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큰 것, 맘몬의 질서에 대해서 ‘아니오!’라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명기 33장의 말씀은 모세가 죽기 전에 이스라엘 자손들을 축복하는 내용이고, 오늘 읽은 말씀은 요셉에 대한 축복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하늘의 보물인 이슬’이라는 말씀에 주목합니다. 왜 이슬이 하늘의 보물일까요. 그것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슬은 크지 않고 작습니다. 모나지 않고 동글동글합니다. 맑습니다.

그리고 해가 뜨면 이내 사라집니다. 이슬의 생애는 짧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이슬이 땅으로 스며들어 가는 곳마다 생명을 살립니다. 모이고 모여 결국에는 생명의 바다에 이릅니다. 이른 아침 햇살 좋은 날 이슬방울을 바라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맑은 이슬방울 속에는 신기하게도 거꾸로 잔상이 맺히는데, 이슬방울 하나하나마다 하늘도 담고 꽃도 담고 심지어는 바다까지도 담습니다.

이렇게 작은 이슬방울 속에 온 우주가 담기는 것, 그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씀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일상 속에 울립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창조한 아름다운 피조물을 통해서 세미한 음성을 들려주십니다. 하늘의 보물인 이슬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은 무엇입니까.

“작은 이슬처럼 맑고 깨끗하고 모나지 않게 살아가라. 그렇게 살아가면 비록 작고 짧은 인생이지만 가는 곳마다 생명을 꽃 피우게 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진정 큰 삶이다.” 하나님은 작은 이슬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계십니다. 아침 화단에 아무렇게나 자란 풀에 매달린 작은 이슬을 한 번 보십시오. 이슬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세요. 내 눈동자가 보입니다. 등 뒤로 보이는 나무를 비춥니다. 나무 위로 푸른 하늘도 담고 있습니다.

작은 것은 아름답습니다. 비록 이 세상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도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은 끊임없이 작은 것을 향해야 합니다. 그래야 큰 것만 추구하는 맘몬의 세상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만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 누릴 수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하나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 5:3)

김민수 목사 (서울 한남교회)

◇약력=△1962년 서울 출생 △한신대 대학원 졸업 △저서 산문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등 다수. 사진기로 자연물을 주로 촬영하고, 그 사진에 어울리는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