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겨울이었다. 말을 못할 정도로 목이 아팠다. 집 앞에 있는 동네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했다. 의사는 검사 사진을 꼼꼼히 보더니 “후두암 말기인 것 같으니 큰 병원에 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견서를 써 주며 말이다.
의사의 말을 듣고 바지에 찔끔 오줌을 쌌다. 너무 무섭고 놀랐기 때문이다.
“내가 암이라니…. 후두암이 뭐지? 말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술과 담배를 많이 해서 그런가?”
아내와 자식 얼굴이 떠올랐다. 죽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웠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시면 더 이상 나쁜 짓하지 않고 교회 열심히 다니고 하나님을 위해 살겠습니다.”
이렇게 서원기도를 드렸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큰 병원에서 다시 내시경 검사를 했다. 그 병원 의사는 “이 증상하고 똑같은 환자가 8층에서 오늘 내일하고 있다. 암이라도 임파선까지만 안 번졌으면 후두만 확 도려내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하나님, 후두를 확 도려낸다고….”
의사의 말이 무서웠다. 집에 돌아와 엉엉 울었다. 아내와 자식이 보고 있는데도 창피한 줄도 몰랐다. 정신을 겨우 차려 수술할 병원을 수소문했다. 평소 알고 지낸 의사에게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후두암 명의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전화기를 들었다.
“거기 신촌세브란스 입니까?”
“네, 신촌세브란스 이비인후과 간호사 ○○○입니다.”
“개그맨 배영만인데요. 제가 후두암이래요. 최은창 박사님이 후두암 명의시라던데 오늘 진료 받을 수 있나요?”
“아뇨. 특진으로 진찰 받으시려면 한 달 후에나 가능합니다.”
“아이고, 저는 A형이라 소심해서 신경 쓰다가 죽습니다. 지금 너무 두려워요. 오늘 진료 좀 받게 해 주세요.”
간호사는 울면서 말하는 나의 딱한 사정을 차분히 들어 주었다. 잠시 뒤, 간호사는 최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당일 진료를 받게 해 주었다. 최 박사님은 이날 비번이었는데, 어찌나 고마운지…. 최 박사는 콧구멍을 통해 검사를 해 보더니 “모양은 말기 암이지만 이걸 바꾸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기도 하세요”라고 말하고 수술날짜를 잡아 주었다. 집에 돌아와서 집사람과 함께 뜨겁게 기도했다.
“하나님, 성경에 나오는 히스기야왕처럼 15년만 수명을 연장해 주세요.”
사실 15년이 지나면 15년 더 연장해 달라고 기도할 작정이었다. 출애굽기 33장 모세의 삼세판 기도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참 하나님께 응석부리는 교인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3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마취를 하고 입을 크게 벌리니 수술 도구가 입을 들락거렸다. 암 조직을 떼어냈다. 그리고 수술 한 달여 뒤, 새살이 나오면서 암 덩어리 모양이 다시 보였다. 암 모양이 더 자라면 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다행히 암 모양은 더 커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그 모양 그대로이다.
기독교 신자인 최 박사님은 “하나님 은혜”라고 했다. 아마 내가 만난 의사 선생님 중에 가장 좋은 분이고, 환자를 안심시켜 주시는 분이시리라. 나는 이후 많은 교회에서 간증을 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후두암 수술 전 서원기도대로 하나님을 위해 복음을 널리 전하고 전도할 것이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역경의 열매] 배영만 <9> 후두암 말기 진단 받고 “15년만 더 살려달라” 기도
입력 2016-05-11 17:42 수정 2016-05-11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