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최악의 선거 해놓고 책임진 사람 없다”

입력 2016-05-11 04:20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0일 서울 중구 청구동 김종필 전 국무총리 자택을 찾아가 손짓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첫걸음을 준비 중인 당 소속 초선 당선인들에게 “새누리당이 처한 처지의 엄중성을 아직 못 느끼는 것 같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전 의장은 10일 초선 당선인 연찬회 강연자로 나와 “괜찮은 사람들이 무능하고 무력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는 지도부와 그 윗선 때문에 낙선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엉터리 공천 과정에서 계파 싸움을 하고 대패한 것에 한마디 말도 없다”며 “역대 보수정당의 최악의 참패요 최악의 선거를 했는데 아무도 책임을 안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교일 당선인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방법을 묻자 “쇼일지 몰라도 당선인 전부 3일간 금식하며 연찬회 하고 그 금식 비용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주겠다는 정도로 철저하게 해야 한다”며 “보수정당이 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데 이런 식으로 무기력하면 정말 말이 안 나온다”고 채근했다.

김 전 의장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도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비대위) 얘기가 나오고 한 달 지나고도 안 하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며 “비대위에서 무슨 비상이 어떻게 나오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새누리당 모습을 봤을 때 180석 이상 건졌으면 국회가 더 엉망이 됐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의장은 “새누리당은 지난 3년간 눈치 보는 덴 ‘프로’였다. 거수기 행동하고, 당론 받드는 행동대장 하고, 계파 이익 챙기고, 국회라는 기득권 집단 이기주의 옹호자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당론 결정 과정도 몇 사람이 쑥덕쑥덕해서 이뤄지는 등 비민주의 극치”라며 “당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초선 당선인들을 향해 “국정감사장에 살아 있는 뱀을 가져오고, 최루탄을 시현하고, 쇼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튀는 행동을 하면 결국 내리막길 가속페달을 밟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주야장천 지역구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분은 국회에 잘못 들어온 것”이라며 “지역구 붙박이를 하려면 도의원이나 군의원을 하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라” “어떤 경우든 예의를 지켜라” “부정이나 이권 청탁은 지금부터 손떼라. 손가락 빨고 살겠다는 각오를 하라”는 당부도 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초선 당선인 대부분이 장관, 편집국장, 적어도 부총장·차관·대학총장 등 ‘장(長)’을 지냈을 텐데 빨리 내려놔야 한다. 현명한 사람은 제 자리를 알고 끝자리에 선다”며 겸손을 강조했다.

한편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인 전원에게 비대위 구성 관련 설문지를 돌렸다. 그는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는 관리형 비대위 구성, 6월말∼7월초 전당대회 이후 혁신위 가동’ ‘전당대회 관리형 비대위(6월말∼7월초 전대)와 별도 혁신위 동시 가동’ ‘외부 비대위원장 선임 후 총선 패배 진단용 비대위 구성, 7월말∼8월초 전대 후 혁신위 가동’ ‘전권을 쥔 혁신형 비대위 구성, 정기국회 종료 이후 전대’ 4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이날 연찬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정종섭·백승주 당선인 등은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비대위나 혁신위를 만들자는 의견을 개진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외부인사를 영입할 경우 문제를 파악하고 진단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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